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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자 Mar 31. 2024

어떻게 쉬어야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하루를 보냈다.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아무런 일정도 없이 그냥 집에 있었다. 주말에는 집 앞 카페라도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그냥 이번 주는 그것마저도 귀찮아졌다. 


새로 시작하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과, 노력했던 것들에 대한 실망감 등을 안고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하루를 보냈다. 머릿속으로는 이걸 해야지. 저걸 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는데. 막상 손이 가지 않는 그런. 


어려서부터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집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티비를 보게 되고, 눕게 되고, 자게 되는. 이 본능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주말을 보내면 몸은 조금 편하지긴 하지만, 마음이 참 불편하다. 이 불편한 마음은 한 주를 시작하는데 꽤나 큰 무기력감을 준다. 


다시 혼자가 되고, 이것저것 하면서 정말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무언가 만들어내려고, 무언가 느끼려고, 누군가를 만나려고 살았었다. 그러다가 비어있는 주말을 맞이하니 내가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야 할지 어색했다. 


어쩌면 난 잘 쉬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라는 말을 맘속에 담아두며 살았던 적이 있어서일까. 


달려왔던 시간들에 대한 적당한 만족, 그리고 오늘도 무언가를 하며 달려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것들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결혼생활에는 '쉬는 것'도 일이었다. 내가 쉬고 싶은 게 우선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건 그것을 하고 난 남은 시간 동안에 하는 것들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도 자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지금, 나를 위해 쉬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글을 쓰는 것도,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잘 쉬어야지 더 잘할 수 있으니까. 


파워 P지만, 조금 더 J처럼 살 필요가 있겠다. 특히 쉬는 것에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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