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3. 25.
공주가 최근에 어린이집에서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혼자 씩씩하게 먹이를 주었다는 우리 공주. 전 사람이 동물원에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기에 공주를 데리고 실내 동물원으로 갔다.
가기 전부터 동물원에 간다고 잔뜩 기대하고 가던 공주. 돌이 안되었을 때, 한 번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걸 기억한다.
“가서 토끼 엄청 많이 봐써!”라고 이야기하며..
그렇게 하남 주렁주렁에 가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바로 “새”
들어가자마자 새가 훨훨 날아다닌다. 날아다니는 새를 보더니 겁이 먹은 공주가 울음을 터뜨린다.
“으아아아앙~ 새 무서워. 집에 가고 싶어. 엄만테 가고 싶어~~”
‘헐.... 이게 아닌데..’
가까스로 진정시키고는 안아주면서 그래도 하나하나 동물들을 보면서 간다. 예전에는 재밌어만 하던 동물들이 조금 커가면서 책을 보니 무서운가 보다. 이제는 새가 없으니까 좀 괜찮겠지... 했는데...
진짜 악어는 아니고, 커다란 악어 모형을 보고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또 엄만테 가자고 하면서..
‘어후... 이게 아닌데...’
귀여운 사막여우를 보면서 가까스로 울음을 진정시킨다. 먹이를 주려고 7000원을 주고 쿠폰을 샀지만, 오늘의 컨디션에서는 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냥 무사히만 구경하고 집에 데려다주는 게 상책이다.
적어도 두 시간은 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쫄보’ 느낌으로 인해 한 시간도 안 지나서 구경을 마친 것 같다. 그래도 동물원만 있는 게 아니라, 다행히도 2층에 키즈카페가 있었다.
키즈카페를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신발을 벗겨달라는 공주. 신나게 뛰어놀면서 뽀로로 음료수를 하나 기분 좋게 먹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오는 길에 인생 네 컷 사진기가 있었다. 그냥 인생 네 컷이 아니라 아기상어 인생 네 컷 사진기.
“공주. 아빠랑 사진 찍을까?”
“웅!”
“공주가 좋아하는 아기상어네! 찍자!“
오랜만에 공주랑 인생 네 컷을 찍은 것 같다. 사실 이혼을 하기 전에도 공주를 혼자 데리고 나와서 둘이만 인생 네 컷 사진을 많이 찍었었다. 그때보다 더욱 사진도 찍을 줄 알고, ‘이쁜 짓’하라고 하면 볼에 손도 갖다 댈 줄 아는 공주다. 쑥쑥 큰다.
이쁘게 사진을 찍고는 나가려고 하는데. 공주가 안 나간다.
“공주 안 갈 거야?”
“웅!”
“어? 아빠 갈 건데? “
“안가!”라고 하면서 손까지 흔든다....ㅋ
약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에는 스스로 나오는 공주. 시작은 새 때문에 울면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끝이 좋아서 다행이다.
집에다 데려다주고는 인생 네 컷 사진을 반을 잘라서 공주에게 주고, 절반은 내가 챙긴다. 전 사람에게는 공주가 쫄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는..
또 쿨하게 안녕을 하고 기차에 몸을 싫었다.
하루가 지나고, 어린이집을 다녀온 공주. 전 사람에게 카톡으로 사진이 한 장 온다. 공주가 집에 오자마자 어제 아빠랑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고.
어린이집 다녀오자마자 이 사진을 보는 공주의 마음은 무슨 마음일까? 아빠가 보고 싶은 거겠지?
그리고는 어린이집 알림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공주가 어제 킥보드를 타고, 앵무새 보고 온 걸 자랑했어요’라고.
자랑하기엔 조금 많이 울었는데, 그래도 참 좋았나 보다. 그래도 아빠랑 같이 놀러 간 것을 어린이집 가서 자랑하니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앞으로 자랑할 일들을 더 만들어줘야겠다.
더 열심히 살고, 더 좋은데 많이 데려다주고, 더 좋은 걸 많이 사줘야겠다.
사랑해 공주. 아빠가 다음엔 킥보드 사줄게.
(타지도 않은 킥보드를 탔다고 자랑하는 건 사달라는 말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