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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자 Apr 07. 2024

면교 가는 길 : 이제 키카 재미없어!

'24. 4. 7. (일)

역시 피는 못 속인다. 


나는 굉장히 금방 질려하는 사람이다. 게임이든, 공부든.. 뭐 하나 진중하게 오래 하는 법이 없었다. 장난감을 사도 며칠 가지고 놀다 보면 금방 질려서 다른 것을 찾곤 하던 나였다. 


그런데, 우리 공주도 그런가 보다. 어제 전사람에게서 침대에서 방방 뛰어대던 공주의 동영상이 왔다. 아주 열심히 뛰는 걸 보면서, 기분도 좋아 보이고 건강해 보여서 참 좋았다. 그래서 키즈카페에 가서 방방을 그렇게나 타고 싶은가 하고.. 오늘도 키즈카페에 데려갔다. 


그런데,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방방에서 조금 뛰다가는 나가자고 한다. 물론 자다가 일어나서 컨디션이 안 좋겠거니(전 사람이 착각을 해서 내가 오늘 오는지 몰랐다.) 생각했다. 스낵바로 씩씩하게 걸어가서는 허니버터칩을 들고 오는 이쁜 공주. 오늘은 양파링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양파링보다는 덜 짠 과자를 집어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볼풀에도 들어가지 않고, 물고기 낚시하는 곳에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너무 키카에만 데리고 가는 거 같아서, 벚꽃구경이나 갈까 생각했었다. 내 모교에 이 시즌이면 벚꽃이 참 이쁠 텐데.. 그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벚꽃 구경은 아직 두 돌 지난 우리 공주가 느끼기에 조금 이르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한 이기적인 면접교섭이지 않을까... 


그래서 키카에 간 건데, 이젠 키카도 영 시큰둥하다. 

어이없게도 키카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엄만테 가자!"라고 이야기하는 공주에게 쓸 수 있는 필살기는 1차는 과자. 이로도 안되면, 유튜브이기에... 정말 최후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저녁까지 먹이고 들어가기로 했기에,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데, 좋아하는 잡채만 먹고 밥은 통 안 먹는다. 그래도 잡채라도 먹어서 참 다행이다. 


집에 들어가면서, 공주에게 묻는다. 

"공주! 이제 키카 재미없어?"

"키카재미없어!"

"이제 시시하구나?"

"웅!"

"그럼 뭐 하고 싶어?"

"놀이동산 가고 싶어!. 회전목마 타고 싶어!"

"응.. 아빠랑 회전목마 타러 가자...^^"


이렇게 롯데월드를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30년이 지난 구축단지였다. 그래서 아파트가 처음 생길 때 심었던 벚꽃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곤 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파트로 벚꽃구경을 올 정도였으니까. 공주가 100일도 안되었을 때, 안고 나가서 구경을 했었고(물론 공주는 쿨쿨 잤다. 저 때에도 혼자 데리고 나왔었다.), 작년에는 별거 중이라서 같이 구경을 못했던 것 같다. 오늘 같이 벚꽃을 구경하려 하였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공주를 데려다주고 혼자서 그 길을 거닐어보았다. 다들 가족들은 이쁜 벚꽃 밑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항상 이 맘 때만 되면, 같이 걷던 그 길, 공주와 함께 사진을 찍던 그 길을 혼자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내년 벚꽃이 필 때에는 같이 우리 학교로 데리고 가야지..'

'내년 벚꽃이 필 때에는 지금보다 공주가 나를 더 편안하게 대했으면 좋겠다.'

'내년 벚꽃이 필 때에는 조금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어 있어야겠다.'


벚꽃은 1년에 딱 1~2주 정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즉 타이밍이 있다. 나도 후반기가 되면 어쩌면, 일 때문에 멀리 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공주를 못 볼지도 모르겠다. 

벚꽃을 볼 수 있을 때, 벚꽃을 찾아가서 즐겨야 하는 것처럼, 

나도 공주를 볼 수 있을 때,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사랑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해줄 수 있을 때 잘해야겠다. 


사랑해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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