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4. 14. (일)
어제 시험을 보고 나서 휴대폰을 키니, 전 사람에게 전화가 와있었다.
'뭐지..?'
혹시 공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생각돼서, 카톡을 확인하기 전에 전화를 했다. 내가 토요일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오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는데 왜 안 와. 공주 옷 입고 기다리고 있어.'
라는 카톡 위위위 카톡에 분명.
'일요일에 갈게'라는 말이 있다.
의도치 않게 공주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빠가 되어버렸다.(잘 설명해 줬을까..?) 오늘은 조금 일찍 공주를 데리러 갔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쿠아리움에 간다고 이야기를 해뒀다. 물론, 지난번에 공주가 롯데월드가 가고 싶다고 하였으나 주말에 롯데월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평일에 제대로 날 잡고 가야 하는 곳이기에. 조금은 간소하게 아쿠아리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작은 아빠와 작은엄마도 같이 와서 오랜만에 공주를 보면, 내가 조금 더 수월하고 공주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렀는데, 이거 판단 미스였다. 오랜만에 본 작은 아빠와 작은엄마를 보더니 공주는 낯을 가린다. 그리고 낯을 가리거나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면 꼭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
1. "엄만테 갈 거야."
2. "안아줘!"
오늘은 2번이 먼저 시작되었다. 아쿠아리움에 들어가자마자 같이 손을 잡고 걸어 다녀도 되는데, 갑자기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14kg.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체중. 잠깐 안기엔 괜찮지만 계속 안으면 꽤나 힘든 무게이다.
이렇게 내 품에 안겨서는 아쿠아리움의 시작에서부터 저 끝에 있는 벨루가까지 쭉 안고 다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난번 하남에 주렁주렁에 갔을 때처럼 물고기들을 보고 겁을 먹지는 않는다.
"물고기는 착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구경을 잘한다. 게다가 타이밍 좋게 물개쇼도 볼 수 있었고, 잉어에게 젖병을 주는 체험도 해봤다.(집에 가서 전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주로 했다는 걸 보면, 꽤나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롯데몰에서 점심을 먹고는(밥을 참 안 먹는다..ㅠㅠ)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러 나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많은 인파들이 석촌호수를 걷고 있었다. 같이 석촌호수를 걸으려고 하는데, 여기서도 조금 걷다가..
"안아줘!" 하며 떼를 쓰는 공주.
이제 '울어재끼기'스킬까지 늘어가지고는 안아주지 않으면 대성통곡을 해댄다. 식당에서든 카페에서든. 어디서든.. 진짜 '물리적'인 아빠 껌딱지가 되어버리니 아빠가 더 체력이 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주는 점점 무거워질 텐데, 아빠는 점점 늙어가는 게 걱정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누군가가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것.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다. 맞다. 힘들다.
그런데 공주가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것 자체로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믿음'
자주 못 보는 애비여도,
그래도 앵길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내가 두렵고 겁이 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물론 엄마가 1번이겠지만, 그렇게 공주의 마음속에 2번 정도로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내 몸은 힘들겠지만, 공주가 더 오래오래 안아달라고 떼를 썼으면 좋겠다.
더 오랫동안, 더 진하게 공주의 마음속에서 강력한 2번으로 자리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