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5. 25 ~ 26
공주를 면접교섭을 데리고 나가면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공주의 정서적인 발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당연히 아빠를 자주 못 보는 공주는 '엄마껌딱지'가 되어 있었다. 버릇처럼 공주는 나와 나가면 이야기한다.
"엄만테 갈 거야!"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참 마음이 아팠다. '공주의 마음속에 아빠가 들어갈 공간이 없는 걸까. 나의 부재가 이런 말을 하는 공주를 만들고 있구나.'와 같은 생각이 들면서.. 이런 말을 하는 공주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더 재미있고 다이나믹하게 놀아주기, 키즈카페 데리고 가기, 엄마가 당연히 안 해줄 것 같은 유튜브 보여주기 등등.
그럭저럭 버텨왔고. 어제도 버텼지만, 오늘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
같이 나가는 길에 택시를 타면서부터 공주는 이야기한다.
"엄만테 가자"
택시 안에서 다행히, 유튜브를 보여주며 그런 생각을 돌린다. 하지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공주는 이 말을 바로 뱉어내며, 안아달라고 조른다.
"엄만테 갈 거야!" (두 팔을 벌리며) "안아줘!"
안아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울음이 터진다. 충분히 잘 걷고 뛰기도 잘하는 공주지만, 어쩔 수 없이 안고서 여기저기를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키즈카페나,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으면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젠 키즈카페에서도 들어가자마자 엄마타령을 해대면서, 놀지도 않는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전 사람도 공주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이 없다. 대답 없이 울면서 안기는 공주다.
심리적으로 엄마가 전부인 상태이다 보니, 엄마가 없는 면접교섭은 불안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더더욱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할미, 할비와 같이 스타필드를 가서 유모차를 빌렸다. 유모차에 앉아서 가면 공주도 편하고 나도 편할 것 같아서. 하지만, 유모차에 앉히려는데 그 사람 많은 스타필드가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공주였다. 힘을 줘서 앉히려고 했는데도 절대 앉지 않는다.
"엄만테 가자~ 안 탈 거야!!!"를 외쳐대면서..
결국 또 내 품에 안겨서 스타필드를 다니고 있다. 태어나서 1년 동안 같이 키워준 할미가 이야기해도 이제 소용이 없다.
"공주야. 이제 할미 오지 말까?"
"응!"
"정말?"
"엄만테 갈 거야!"
할머니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애지중지하게 고생하면서 키운 손녀였는데. 할미의 생일날 태어난 공주. 매일 아들을 욕해대는 며느리 살이를 하면서도 버티며 키웠던 공주였는데...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손녀의 모습에 충격을 받으신 것 같다. "나는 이제 공주 보러 가는 거 졸업이다."라고 애써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엄마가 이야기해 준 내 어릴 적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날 엄마가 나를 외할머니께 맡기고, 잠깐 외출을 하셨다. 아마 지금의 공주의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나는 울어대기 시작했고. 동네가 떠나갈 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다시는 나를 안 맡아주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눈앞에서만 사라지면 울어대기 때문에, 엄마 화장실도 쫓아갔다는 나..
생각해 보니, 30여 년 전의 나의 모습이, 지금의 공주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았다. 아빠가 채워줄 수 없는 엄마의 부분. 그리고 엄마와의 애정에 강하게 의존하며 사는 것.
나를 너무나도 닮아서, 내가 너무나도 힘든 것 같다.
결국 내가 이렇게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싫어도 당분간은 전 사람과 같이 애를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내키지 않지만 공주를 위해서는 그런 일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아빠와만 함께 있는 시간도 좋아하는 날이 오겠지?
그래도 사랑해. 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