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마음은 저도 잘 압니다만...

아무리 주7일 24시간 근무라고 해도 말이에요

by 밍지뉴


어느날 법정에서 였다.


한창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데, 증인이 "제가 변호사를 샀고요"라고 말하는데 재판장님이 "변호사는 사는게 아니라 '선임'하는 겁니다, 증인" 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를 사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돈을 주고 변호사를 통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 받으니,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런데 또 이쯤에서 생각하면, 서비스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도 든다. 여튼 듣는 사람으로서는 영 팔려가는 느낌이 들어 듣기 좋지 않은 것 만큼은 사실이다.


사건 자체가 힘들때도 그렇지만, 변호사로서 제일 힘든 순간은 "내가 변호사를 샀으니, 돈 값을 해라"라는 태도와 맞닥뜨릴 때 이다.


업무 시간 이후, 늦은 밤, 새벽, 휴일에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로 전화를 하는 것은 차라리 양반이다. 너무나 당연히 술에 취해 전화하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변호사여서 나한테 이러는걸까? 하는 생각도 한다(실제로, 남자 선배나, 동기는 의뢰인이 술취해 전화한 일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변호사를 찾을 일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인생의 어느 순간에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그 상황이 얼마나 걱정스럽고 긴박하겠나.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사건을 처리해도 나에게는 '일'인 이 순간이 의뢰인들에게는 부족해 보일거란 것도 안다. 그래서 사실, 언제고 걸려오는 전화며 무리한 부탁도 가급적이면 다 들어주고, 어찌 되었든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새벽 아무 때건 전화를 걸어 시덥잖은 얘기를 하고 "내가 돈주고 널 샀는데, 대우가 고작 이거냐"는 의뢰인에게는 예쁜 마음을 먹기가 참으로 힘들다. 여튼 돈을 받았건 어쨌건 간에 나도 나쁜말 들으면 기분 나쁜 사람이 아닌가.


남들 쉬는 시간에 어느 정도는(심지어 다라고도 안했다) 쉬어야 기운차려 뭐라도 할 수 있다. 책도 보고 영화도 좀 봐야, 잠도 좀 충분히 자야 나도 사람 사는 것 같이 살면서 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면 그 때 마다 "변호사님 좋은데 다녀왔나봐요" 하거나, 일요일 이른 아침 전화해 하소연 하는 일을 삼가달라. 나도 사람인데, 돈 넣었다고 기계를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돌리면 금세 고장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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