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따뜻했던 택시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by 밍지뉴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저녁 11시 30분부터 12시 까지.

어떤 짓을 해도 택시 잡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왜 화가나나면, 나는 자정이 안된 그 때에도 기사님께서 할증을 눌러 주시더라도 택시만 태워주시면 기꺼이 이 지치고 지친 몸을 구겨 넣고 택시비를 낼 용의가 기꺼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뭐 머리 위 전광판에 올려 놓고 깜빡일 수도 없고 여튼 춥건 덥건 달달 떨면서 열두시가 될 때 까지 보도블럭 끄트머리에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더한건, 우리 집은 회사하고 차로 7분 정도 거린데(버스로는 세정거장인데다가 버스도 없으니 뭐 다른 방법도 없다. 오로지 택시 밖에)이럼 정말로 탈 수 있는 택시가 없다는거다.


어쨌든,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잡아 타려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택시 예약 어플을 켜고 동동거리면서 회사와 집을 출발지와 목적지에 입력했다.


아니나다를까, 3분은 족히 기다린 것 같은 1분이 지나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포기하고 핸드폰 어플을 종료하려는 순간 "띠링" 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택시가 잡혔다.


이상했다. 11시 48분. 한참 택시가 잡히지 않을 시간에. 그 짧은 거리를.

코 앞에 있던 택시인가 싶어서 택시 위치를 확인했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서 우리 집 만큼이나 먼 곳에서 오고있는 택시였다.


정말로 이상했다. 오는 길은 가겟집이 즐비한 큰 길이라, 이 택시도 결국은 예약을 취소하고 오는 길에 더 멀리 가는 손님을 태우고 날 취소하고 가버리겠지, 싶어 마음 놓고 다른 택시를 기다렸다. 안되면 뭐. 할증 택시 타지 뭐,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이 택시는 정말로 성실하게도 그 먼 곳에서 내가 서있는 곳 까지 와주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서둘러 택시를 탔다. 택시 타서 말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택시에 타자 마자 안온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에 몽실, 하고 따뜻한게 올라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사님, 멀리서 오셔서 태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보통 그러면, "아유, 아니에요."라고 하실 법도 한데, 택시가 조용했다.

그제서야, 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기사님은 조용히 내가 입력한 목적지 대로 운전을 하고 계셨다. 빨간 불에서 나를 돌아보고, 목적지가 이곳이 맞느냐고, 내가 입력한 주소를 손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물으셨다. 순간 "고요한 택시"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같으면 큰길로 가지 마시고 요리조리 골목길로 내리기 편한 데 내려달라고 했을 텐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큰길로 돌아갔고, 구석구석 돌아 현관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에 내렸다. 눈물이 왈칵 났다.


도무지 어떤 것 때문에 갑자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물이 왈칵 났는지는 지금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나조차도 나 혼자가 더 편해진 요즘에, 이 세상에.

누가 멀리서부터, 또는 어렵게, 때로는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는게, 그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찾아 와주었다는 게, 태우러 오지 않는게 훨씬 더 나았을 그 밤 중에 나를 누군가가 집까지 안온하게 태워주었다는게. 그게 그렇게 고마워서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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