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아트 공연 리뷰 Noisoom 3월

2025년 3월 Noisoom 공연 리뷰

by 강민구

3월 27일 부밍스튜디오스에서 진행된 사운드아트/전자음악 스튜디오 라이브 Noisoom. 이번에 공연을 준비한 한양대학교 대학원팀의 공연은 소리의 심연과 구조의 해체, 개념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저마다의 정체성에 충실했기 때문에 비스포크라는 주제에 근접한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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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첫 곡으로 사운드 아티스트 이상빈과 신예훈이 연주하는 스티브 라이히의 곡 electric counterpoint mov.iii를 듣게 되었다. 기존의 서구 클래식 음악의 스탠다드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형식을 구축한 미국 초기 미니멀리즘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이 또 다른 스탠다드가 되어 다른 뮤지션에 의해 연주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스티브 라이히가 이 무대를 봤다면 어떻게 느꼈을까. 이 곡의 기타 연주는 기타리스트가 아닌 사운드 아티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한 이상빈이 연주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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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훈은 (_)apple_&_(_)cheese라는 곡도 들려주었는데 이 곡은 Morton Subotnick의 Silver Apples of the Moon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마치 SF영화 속에서 크리처가 탄생하는 것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를 들려주었다. 신예훈은 Subotnick의 Silver Apples와는 또다른 Apple을 표현해보겠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검푸른색의 Apple이 표현되었다고 느꼈다. 온기 까지는 아니지만 Silver Apples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어떤 정서가 (_)apple_&_(_)cheese에서는 느껴졌고 그 정서의 색감이 어둡지만 감각적인 검푸른색이었다. 어디까지나 제멋대로 해석한 입장이지만 흥미로운 곡이었다. 신예훈은 작곡가, 미디어아티스트, 기획자로도 활동하며 장르나 매체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예술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을 활용한 소리 합성과 음향 신호 처리에 관심을 두고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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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경의 One Second Everyday는 영화 ‘아메리칸 쉐프’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매일 1초의 영상을 찍고 그것을 ‘one second everyday’라는 어플에 업로드하는데 이 장면에서 손세경 작가는 기억과 관련한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어플을 이용해 만들어진 동영상은 1초씩 이어붙여져 만들어지는데 마치 사진과도 같이 기록된 ‘압축된 1초’는 그 순간을 추억하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버리고 만다고. 빠른 장면의 전환은 여러 기억들을 뒤섞이게 해 그것을 왜곡시키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감정이 발생하며 One Second Everyday의 구조와 형식은 바로 이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손세경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손세경의 작가노트를 듣지 않아도 One Second Everyday의 사운드 소스들은 서사를 암시한다. 우리가 매일 꾸는 꿈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녹음한다면 이런 소리일까 정서적인 사운드 소스들이 찢겨진 메모처럼 사적인 사운드 스크랩북을 구성한다. 많은 전자음악이 글의 장르로 치자면 논픽션이나 SF처럼 들리는 데 비해 이 곡이 에세이처럼 들리는 이유다. 손세경은 예측하지 못한 소리와 기술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작품과 최근의 작업을 보면 자신에게 의미있는 현상이나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작업을 하고있으며 최근까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에 따르는 다양한 것들을 작업에 담아내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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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O YISONG의 <Study IV>는 이 날 공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감상하기 까다롭다고 느껴진 곡이었다. 사운드 생성 기법은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철학과 출신의 뮤지션인 나는 이 곡에서 어떤 감정이나 사상을 연상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들어진 곡이 아니니 어쩌면 당연하다. 디바이스에서 나오는 신호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 곡은 마치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인들의 영원한 대화를 엿듣는 것 같았다. PIAO YISONG은 이 곡의 모든 소리를 맞춤형 사운드 신디시스 기법을 활용하여 생성했으며 프랙탈 원리를 적용한 발전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조절 가능한 리듬 생성기와 마이크로톤 화성 색채에 대한 탐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PIAO YISONG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자음향 및 기악 음악 작곡가로, 최근에는 마이크로토날리티와 알고리즘적 작곡 기법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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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Puzzle이었다. 유태선, 윤재호 두 아티스트가 마치 대화를 하듯 소리의 패턴을 맞춰나간 이 곡은 무의식의 정글을 탐험하듯 강렬한 에너지의 흐름이 주도했다. 내가 전자음악을 하는 이유는 그 무한한 가능성이 상상력을 닮았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이 날 가장 상상력을 자극받은 곡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두 아티스트가 서로의 소리신호를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티스트 토크 시간에 두 아티스트 간의 소통을 어떤 기준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지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유태선은 어떤 사운드나 코드를 잡거나 누가 먼저 시작할 지와 같은 것으로 맥락을 잡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단 시작해보면서 호흡이 억지로 끌어올려진다고 느껴지면 잘 안 된 것으로 여기고 자연스럽게 서로 흐름을 타고 있다고 느껴지면 그 연주가 잘 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문득 AI와 즉흥연주를 함께 해도 그 흐름을 느낄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유태선과 윤재호는 다양한 예술 장르와 전자음악 기반의 연주와 퍼포먼스의 융합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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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Noisoom 공연 기록 보러가기 :

https://www.youtube.com/@critical.listening.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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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 Critical Listening Community

https://www.instagram.com/clc_noisoom/


글, PORABIM

사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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