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아트 공연 리뷰 : Noisoom 5월

2025년 5월 Noisoom 공연 리뷰

by 강민구

치밀함 위의 라이브


PORABIM


공연을 감상할 때 우리를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이 날 공연은 촬영금지였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은 채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기억하고 공유하기 위한 촬영이라는 행위가 현재에 대한 몰입도를 깎아내린다는 건 생각해보면 한정된 집중력을 현재와 아카이빙 중 어디를 향해 흘려보낼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다. 이 날 공연은 촬영금지라는 룰 덕분에 집중력을 전적으로 현재를 향해 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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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반전이 기대되는 얌전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었고 예상대로 점점 타이트한 리듬감과 함께 공간감을 가득 매우는 꽉 찬 사운드로 전개되었다. 높은 속도감으로 화려한 사운드 풍경 속을 질주하는 것 같은 사운드 경험은 마치 영화 속 몽타주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트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들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몽타주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몽타주 같았다. 두 번째 곡에서는 일렉기타가 등장할 때부터 비장미가 느껴졌는데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오늘 공연에서는 이전의 노이즘 공연에서 찾기 어려웠던, 감정선이 분명한 사운드 경험을 하겠구나 싶었다. 어느 쪽이든 노이즘 공연을 볼 때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넘어 감탄이 나오는 영역을 발견한다. 내 예상대로 그 다음 곡들은 대부분 서사와 시각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심상이 풍부한 음악들이 연주되었고 피정훈과 장석진의 노련한 연주 위에 안정감 있게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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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곡이 개인적으로 연출의 측면에서 인상적이었는데 따뜻하고 서스테인이 긴 소리들이 레이어를 더해가면서 빛이 환해지는 느낌을 더해가더니 비장한 연주 끝에 회한이 가득해 보이는 건반의 독백으로 돌아왔다. 이 때 엔지니어 분과 상의된 것인지(아닌 것 같지만) 조명이 오렌지 빛으로 전환되면서 마치 종말 후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차원이동. 매우 현란하고 에너지가 가득 터질 듯한 사운드와 과감한 베이스가 달려나가고 사운드의 진동이 매우 선명하고 두껍게 피부를 전율시켰다. 공간감이 확실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새로운 차원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게했는데 특히 이 파트에서 조명이 레드로 전환되면서 변연계가 자극되면서 각성효과가 있어서 곡에 대한 몰입이 극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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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는 보컬리스트 이다현의 맑은 목소리가 함께하는 곡이 두 곡 연주되었는데 음색이 또랑또랑하고 곡의 구조가 웅장해서 마치 거대한 산맥 위에서 육체를 가진 사람이 아닌 영혼이 노래하는 것 같은 스피리추얼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다현이 노래한 두 번째 곡의 후반부에는 공연장 뒤쪽에서 보컬이 작게 읊조리는 사운드가 아른거리는 파트가 있었는데 마치 또 한 명의 이다현이 디졸브되어서 등장한 것 같은 느낌을 줘서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도왔다.

‘밤에는 테크노’라고 한 피정훈의 테크노에 대한 감상도 빼놓을 수 없다. 차이와 반복, 피부를 긴장시키는 사운드로 혼을 빼놓는 피정훈의 테크노에서는 특히 사운드가 옆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계속 이동하는 입체감 있는 사운드로 관객의 입장에서 위치감각이 자극받는 즐거움이 있었다.


라이브로 사운드를 듣는다는 건 이 공간에서 사운드를 통해 피부로, 뇌로 감각되는 또 다른 차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경험과 같다고 늘 생각한다. 이번 공연의 여행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지프차부터 물 위를 가르는 서핑보드, 공중을 날으는 우주선까지 다양한 질감의, 그러나 대체로 강력하고 속도감 있는 여행을 한 것 같은 경험이었다고 축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이 공연에서 타고 다녔던 탈 것들, 즉 리듬과 레이어링 된 사운드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어서 이 모험적인 여행의 안정감은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화려하게 시청각을 자극하는 영화나 게임을 한 편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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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토크 때, 이 안정감의 근거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장석진은 “오케스트라 곡을 쓰는 것과 달리 연주에 참여할 때는 최대한 즉흥적 울림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이 날 공연한 곡들이 노이즈와 사운드들이 레이어링되고 정돈되면서 음악화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 정돈된 사운드 위에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피정훈도 “라이브라는 것은 결국 치밀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치밀함, 즉 솔리드한 백업트랙 위에 컨트롤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두 아티스트는 이번 공연을 위해 각자의 역할과 사운드가 안 겹치면서도 상호보완적일 수 있도록 최적의 인터페이스, 프로그램, 장비를 고르느라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세 달 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 공연을 하게 될 입장에서 더욱 새겨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관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 내가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놀기 위해서는 무엇을 사전에 준비하고 어떤 부분에 치밀해져야 하는가. 완전히 자연적이고 실험적이기보다는 서사가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기에 이번 공연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






아티스트의 Noisoom 공연 기록 보러가기 :

https://www.youtube.com/@critical.listening.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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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 Critical Listening Community

https://www.instagram.com/clc_noisoom/

글, PORABIM

사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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