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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Oct 28. 2019

우리의 삶은
잠시 머무는 타지와 같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죽음


 현대문학 최고의 첫 구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방인>의 첫 문장은 주인공인 뫼르소의 어머니의 사망 통보로 시작됩니다. 그 이후 여러 사건에 휘말린 뫼르소는 한 아랍인을 총으로 쏴서 죽였습니다. 그것도 다섯 발로. 이 사건으로 인해 뫼르소는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으며 죽음과 맞닿은 삶을 감옥에서 살아갑니다. <이방인>에서는 이렇게 세 번의 죽음이 나옵니다. 이 죽음들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뫼르소가 재판을 받을 당시, 아랍인 살인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신, 그리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것들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죽음과 그에 대한 여러 관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의 죽음들은 단순한 인과관계로 연결되어있지 않습니다. 소설의 끝까지 이 사건들은 등장인물들과 상호작용하죠.


 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세 가지 죽음을 통해 무엇을 뜻하려고 했을까 고민해보았습니다.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던 것은 죽음에 대한 태연한 마음가짐입니다.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는 것. 죽음과 관련한 모든 감정과 문제는 삶과 죽음이 다르다고 인식하여 파생됩니다. 뫼르소는 이미 죽음은 삶의 연장선에 있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뫼르소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뫼르소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실을 무덤덤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시간상으로만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지속해서 살아가고 싶다는 본능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이 나쁘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죽음도 그냥 삶과 세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개인에 대한 사회의 판단

이미지 출처 http://www.sisa-news.com/mobile/article.html?no=108143#_enliple

 뫼르소가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는 장면에서 뫼르소는 철저히 배제되어있습니다. 타인이 그의 살인을 정의하고 분석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 뫼르소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그 판단을 확고히 합니다. 개인의 가치관과 자라온 환경, 성격과 생각은 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하는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여야 하지만 사회적인 시선은 절대 그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재판장이야말로 모두가 피고를 향해 주관적인 판단을 하는 타지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죄인은 절대 참여할 수 없는 타지입니다.    


 우리는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예를 들면 국가, 문화, 법과 제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유롭다면, 사회의 부적응자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죠. 물론 저도 그렇게 다른 사람을 판단했으며 또 반대로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기준으로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은 개인들의 기준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물론 판단 자체는 하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며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 갖춰진 사회 안에서는 우리는 모두 타지에 찾아온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함


 통념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법한 몇몇 뫼르소의 솔직한 생각에 조용히 공감을 던지면서 읽었습니다. 참 저도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기준에 따라 정제되고 억제되어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뫼르소의 행동과 말에서 공감을 느낄 때면 지나치게 저 스스로를 억압했다는 기분이 문득 들었습니다. 뫼르소가 가졌던 사랑에 대한 감정, 종교에 대한 믿음, 삶을 대하는 태도, 친구에 대한 판단과 같은 일상적인 관점은 오히려 감정에 솔직하여 순수해 보였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이것을 솔직함보다는 부적응으로 생각하지만요.


 가끔 법을 공부를 하다 보면 "사회통념적으로"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사회통념은 누가 정의한 것일까요. 어느 기준을 토대로 사회에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대에 따라 다르고, 장소에 따라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고, 결정적으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부적응하는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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