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나의 대학교 생활은, 그리고 대학의 의미는
2014년 1월 ~ 2월쯤이었습니다. 누나의 노트북을 통해 들어간 합격자 발표 페이지에서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고 이불 속에서 천장까지 뛰어올랐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저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그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수능을 세 번 보는 동안 수시와 정시를 합하여 수많은 불합격을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학 입시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린 마음에 대학교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나름 절실했었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성적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고 성적과 전형에 맞추어 대학을 지원했습니다. 전부 불합격이 되는 바람에 저는 이왕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재수를 하는 동안 체대 입시를 준비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체육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이를 이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 또한 역시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체대를 준비한 친구들과 저는 이미 많은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이었음을 실기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체대 입시마저 좌절되고 저는 사실 삼수를 하지 않을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이 2년 동안 대학을 다니고 군대에 갔을 무렵 첫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같은 신입생들보다 한두 살 많았던 저는 나이가 많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생각보다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날 불편해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주눅 들게 하였고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학과의 축구 소모임에 들어갔으나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복학 후에 소모임을 제 발로 나와버렸습니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가장 신났다고 말했던 신입생 시절은 저에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렇게 신입생 시절을 생각해보니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학교보다 더 높은 대학을 갈 수 있었으나 더 이상 불합격하면 안 된다는 삼수에 대한 압박감과 학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등록금이 저렴한 지금의 학교에 진학한 것이 오히려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고 저는 계속 아쉬움 속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를 했습니다.
1학년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의경에 입대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전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저 또한 빠르게 알아보고 준비해서 종강 후에 바로 입대하게 되었죠. 대학생활을 돌아보는 것이니 군대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글 한번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전역을 한 후에 다시 학교로 복학을 했습니다. 사실 복무를 할 때 느낀 것과 생각한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복무 후에 알바를 바로 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심리적으로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대학 생활을 정말 잘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복학해서는 학점뿐만 아니라, 대외활동을 끊임없이 이어서 하고 심지어 두 개를 동시에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성격도 많이 변했습니다. 자신감도 많이 붙고 나이에 대한 고민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아마 복학생은 어차피 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평균 학점 4.0을 넘어서 장학금도 따로 받아보고, 대외활동을 통해서 인간관계는 물론,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쁘게 살면서 흘러갔던 시절 속에서 저는 아직 진로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체육 교사에 대한 꿈을 접고 스포츠경영을 하겠다는 생각에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저는 그냥 남들처럼 특별하지 않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참 어리게도 제가 좋아하는 것이 단순히 진로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최근까지 제가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전공인 경영학에서 수강한 다양한 수업이 답을 주지 않았으며, 대외 활동 역시 답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알바는 오히려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죠. 최근에서야 답을 찾았습니다. 제 가치관과 부합하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 어느새 4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고,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들은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짧지만 남은 기간 동안 후회 없이 주어진 대학 생활을 하게 할 것이며,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상황과 조직에 갔을 때의 저의 기준과 바탕이 될 것입니다.
가끔씩은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대학이 무슨 필요가 있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지? 그냥 고등학교 졸업해서 바로 일했었어도 됐겠다." 하지만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지금, 그런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대학은 내가 무얼 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 명확한 곳입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의미가 없는 곳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성장했다는 것을 여러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대학에서 항상 옳은 선택, 바람직한 선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반대로 많은 성장을 했고 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강의들을 통해 배운 것들,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것들, 제가 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준 것들, 정신적인 성장, 그리고 제가 찾은 진로 등 대학의 이름처럼 큰 것을 배우고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아쉬운 것과 고마운 것이 공존하는 것은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저에게 특히, 대학은 더욱 그런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