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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Sep 19. 2019

누나의 결혼 이야기

가족이라는 익숙함에 대해서


 가족 식사 중 누나가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유년시절부터 부모님께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고된 노동으로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휴일까지도 일하셔서 쉬는 날도 많지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부모님의 꽤 많은 부재 속에서 자란 누나와 저는 함께 한 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많이 친합니다.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누나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그게 평생 미안해서 지금까지 잘해주는 누나를 보면 저는 참 좋은 누이를 만났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맞을 짓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말 호되게 혼났습니다. 돌이켜보니 누나에게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또 고마운 일들도 많았는데요. 어린 시절, 동네 오락실 앞에서 형들에게 맞아 울면서 집에 온 저를 다시 데리고 가서 오락실을 뒤집어 놓은 누나의 모습이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항상 저를 챙겨 같이 하교를 했습니다. 반지하 집으로 이사를 갔을 적에는, 둘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면서 들은 누나의 위로가 그렇게 따뜻했습니다. 대학교 등록금을 위해 알바를 하더라도 저에게 용돈을 쥐어주고 맛있는 걸 사주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습니다. 이러한 기억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익숙함 때문에 이런 추억들을 기억 뒤편으로 보내버린 것이 너무나 미안합니다. 이제는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다 컸다는 핑계로 평소에 표현도 잘 안 할뿐더러 살갑게 대해주지 못하고 괜히 까칠하게 반응한 게 미안해집니다.


 누나가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지 안 할지는 결정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누나가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물론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둘 다 나이가 들었을까요. 마냥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뛰어 놀 줄만 알았던 저는 누나의 결혼 이야기를 들은 이후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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