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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Sep 18. 2019

페르소나 그리고 나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소설의 힘


소설이란 참 무섭습니다. 작가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허구라는 장치 뒤에서 더 큰 슬픔과 충격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인간 실격이라는 소설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평소 자신의 비인간적인 내면을 드러내면서 소설의 극적인 요소를 더해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뒷모습, 페르소나


이 소설을 읽는 순간순간마다 인간의 민낯이 보였고 밑바닥이 보였습니다. 그 부분에는 분명히 저도 있었습니다. 제가 증오하는 저의 모습이 있었으며 제가 공감하는 저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 그 성향 자체로 그 사람을 설명하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법입니다. 인간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페르소나라고 하지요. 페르소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쓰는 가면을 뜻하는데요. 이 소설에서 요조는 자신을 갉아먹는 지독한 페르소나를 쓰고 있으며 그것과 너무나도 이질적인 모습 또한 존재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이 더 중요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자신과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를수록 점점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습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끊이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페르소나는 내가 아닌 것 인가.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나는 내가 아닌 것 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온 것 인가. 나는 나를 위해서 살고 있는가. 나는 나로 존재하는가. 나는 어떤 인간인가.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결론은 페르소나 역시 자신이며 페르소나 뒤에 있는 자아도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모두 자기 자신임을 받아들일 때, 그때 나를 전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국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존재는 나다


이 소설은 자신을 돌아보고, 인정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침전한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를 통해 거부하기도 하며 짓궂게도 다른 사람을 파멸시키기도 합니다. 자아는 혼자 형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나에게 집중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비칠 때, 또는 다른 사람이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 그 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요조의 시선으로 본 다른 사람의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모습들, 그 장면들을 저도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하고 피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항상 다짐하지만 그것이 스스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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