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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Mar 10. 2021

축구 예찬가

축구장을 향하면서

주말 아침, 일찍 눈을 뜬다. 늦잠을 잘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다. 바로 축구다.


유년시절 땐


내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문이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이때 많이들 축구를 시작했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골을 넣고 난 후, 안정환의 반지키스 세리머니를 따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년시절에는 방과 후에 하는 공놀이가 설렜고, 합기도를 배우면서도 발차기, 호신술 하는 것보다 축구를 하는 게 더 좋았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게 무서운지라 축구는 내가 성장하는 순간과 늘 함께였다.


덕분에 건강한 몸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팀을 만들기도 하고 팀에 들어가기도 했다. 함께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고마운 게 많다.


자연스럽게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다. 보다 보니 내가 선수를 소유하고 조종할 수 있는 축구게임도 즐겼다. 주변에서는 넌 축구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래 하며 진절머리를 낸다. 가끔은 다른 것도 했어야 했나 후회가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취미를 가져보려 해 봤지만 결국엔 돌아왔다. 이만한 게 또 없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


축구를 하면 나의 다른 모습이 불쑥 나오곤 한다. 평소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 성격과는 많이 다르다. 다른 건 몰라도 축구에서 지는 건 죽어도 싫다. 경기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다.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승부욕이 불타는 순간이다.


외적인 부분도 축구와 어울리지 않아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워낙 평범하게 생기고 평소엔 안경을 착용해서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내가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 동아리 선발전에 온 나를 보며 저 친구는 왜 왔나 생각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아직도 그 얘기를 하면서 박장대소한다. 그런 생각들을 완전히 뒤엎는 건 꽤나 기분이 좋다.



요즘 드는 생각


요즘은 조금씩 체력이 안 되는 것 같고 축구가 끝나면 무릎도 아릿하다. 축구를 나이 들어서도 오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하다. 이제 승부욕도 좀 줄이고 몸도 생각하면서 뛰어야 할 것 같다. 지키지 못할 다짐이란 걸 알지만 오래오래 차고 싶다는 생각은 진심이다. 이렇게 축구 예찬가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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