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거라!
몇 달 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어플을 삭제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버디버디,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그 당시 유행하는 SNS를 꾸준히 해왔다. SNS가 트렌드라고 생각했고 하지 않으면 뒤쳐진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또, 인간관계에 높은 중요도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관심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었고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격 탓인지 감성 충만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싸이월드를 제외하면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 눈팅족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고등학교 친구들, 알바, 대외활동 등 새롭게 알아간 주변인들과 쉽게 팔로우-팔로잉하고 게시물에 좋아요도 곧잘 눌렀다. 좋아요는 정말 좋아서 눌렀다. 오랜 시간 동안 못 봤던 지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약속을 잡아 만났을 때도 SNS를 통해 잘 살고 있는 거 봤다며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인스타그램을 떠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문득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었고 집착적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들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을 켜면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새로운 게시물이나 스토리가 있나 확인했다. 핸드폰을 놓은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그 행위를 반복했다. 또, 몇 시간 동안 또는 하루 동안 인스타그램을 보지 않고 들어갔을 땐 어떤 게시물이 있을까 기대했다. 왜 그랬는지 인스타그램을 떠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습관적으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들어가는 횟수가 많아지니 인스타그램에 뺏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영상 게시물을 보는 것까지 포함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반드시 인스타그램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알게 모르게 내가 큰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의 다른 사람들 게시물이 나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 내가 먹지 못한 것,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내 삶은 왜 그렇지 못할까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삶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고 내 삶의 행복한 부분을 살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거나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행복은 누군가에게 공유되어야 하거나 부러움과 질투를 유발하거나 좋아요와 댓글로 판단되어질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 내 안의 작은 전쟁 같던 인스타그램을 떠나며 이렇게 외치고 싶다.
"무기여 잘 있거라!"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에 대한 영향과 의견은 개개인마다 철저히 다르다는 것과 내가 인스타그램을 떠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면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낀다. 또, 확실히 인스타그램은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에 트렌디하다. 나 역시 맛집과 물건을 검색할 땐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었다. 최근엔 인스타그램 디엠으로만 예약을 미받는 식당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인스타그램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떠났다고 해서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거나 안 좋은 인식을 가지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사진출처: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