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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Jul 20. 2021

나의 달리기는 내 삶과 닮아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예전부터 몇 번 달리기를 꾸준히 하리라 다짐하고 시도했었지만 작심일일로 그쳤었다. 그 당시에는 축구와 근력운동을 한다는 합리화와 귀찮음, 번거로움에 늘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다. 심지어 달리기는 심심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해버리기도 했다.


 얼마 전 축구를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한순간의 승부욕이라는 죄로 인해 두세 달 정도 축구와 근력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선고가 있었다. 그 이후 살이 붙고 흔히들 말하는 근손실이 오는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어깨 통증이 조금 나아져서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또, 다친 것에서 오는 우울함과 안 좋은 기분을 기회로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속도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개월 전에 들어가 업데이트조차 되어있지 않은 나이키  클럽 어플을 들어가 이것저것 설정을 하고 일단 달렸다. 오랜만에 달렸을 , 느껴지는   하나였다. "너무 힘든데?"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달리기를 잘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1km마다 알려주는 페이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페이스보다 늦게 달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내가 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약간의 소강상태가 있었다. 달리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달리기를 놓지 않으면서 관련 영상을 봤다. 페이스에 대한 집착을 놓으라는 충고를 듣고는 알림을 꺼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달려보았다. 새로운 차원이었다. 호흡이 편해지고 거리가 늘어났다. 무엇보다 달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재밌어졌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더 천천히 달리면서 거리를 조금씩 늘려보았다.


 지금은 컨디션이 좋으면 7~8km를 뛴다. 물론 너무 덥거나 지치는 날에는 5km만 적당히 뛴다. 무엇보다 뛰는 횟수가 많아졌고 꾸준히 뛴다는 게 내심 뿌듯하다. 신경 쓰지 않았던 페이스도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좋아져 있었다. 요즘엔 괜히 어플을 켜서 이번 달은 총 얼마나 뛰었는지 몇 번을 뛰었는지 확인한다.



사실 별것 없다


 이렇게 거창하게 달리기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달리다 보면 별것 없다. 급격하게 살이 빠지거나, SNS를 하지 않지만 이러한 플랫폼에 인증을 해서 다른 사람이 알아준다든가, 러닝 크루에 들어가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무언가를 크게 깨닫는 인사이트 같은 것은 나의 달리기에 없다. 그냥 소소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날씨를 느끼고 순간순간 내 몸 상태에 집중한다. 달리기가 끝나고 나서는 하루를 잘 보낸 듯한 기분이 드는 것에 만족한다. 내 삶도 이렇게 살고 싶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고 내 삶에 집중하며 그저 내가 보내는 하루에 만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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