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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May 25. 2022

작은 행동, 소소한 말 한마디가
작품이 될 때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기록하면 달라지는 순간들


"비 온다니 꽃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 생활과 예보, 박준-


 어쩌면 흘러지나가 사라져 버릴 상황을 기록해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 시다. 이렇듯 박준 시인은 작은 행동과 소소한 말 한마디로 시를 만든다. 나는 어떤 이의 작은 말 하나에 이런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가. 어떤 사람의 말을 단순히 말로만 듣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결국 중요한 건 말속에 담겨있는 그 사람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만난 친구의 소소한 말 한마디를 기록해본다.


"민석아, 소고기 먹을래? 참치 먹을래?"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저녁밥을 사주겠다며 나에게 선택권을 주던 친구의 말이었다.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성격


  글에서도  성격이 드러날까? 박준 시인의 시에서는 연인, (상처를 지닌) 지인, 아버지  상대방이 등장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특히 자연 현상을 보면서 그들을 떠올리는 그를 봤을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날씨와 같은 것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시인을 사랑했던 순간들 또한 기록해놓았다.  시집에는 사랑하고 사랑받 순간들이 담겨있다.


 대부분 경어체를 사용하여 시의 대상에 대한, 그리고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드러나 있다. 나도 브런치를 처음 쓸 때는 경어체를 사용했었다. 그때는 읽는 사람을 고려하면서 쓰는 기분이라 내 솔직한 마음을 글에 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아마 경어체는 읽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고 얄팍하게 생각해본다.



시를 필사한다는 것은


 필사를 해보라던 지인의 추천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시도를 한번 해봤다. 시였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던 것도 있었다.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빠르게 읽고 넘어간 시 한 편도 필사를 하면서 차근차근 문맥과 단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집은 빨리 읽을 수 있다는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순간이었다. 한 달에 몇 권을 읽느냐에 몰두한 나는 원래 시집 한 권을 빨리 읽고 해치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시에 대한 태도로 적절하지 않았다. 필사를 하면서 시집을 천천히 여러 번 읽게 되었다.


 시 한 편을 필사를 한다고 치면, 글을 쓰며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또, 글을 작가와 같이 써 내려가면서 왜 이런 단어와 문장을 썼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면 시에 있는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론으로 분석했던 시가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사진출처 : 류선우, 시인 박준 “좋은 시는 삶과 크게 괴리되지 않는 작품”, 시사저널, 2019년 02월 2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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