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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Jun 29. 2024

널 사랑하는 이유는 외모도 아니고 조건도 아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애로스적 사랑의 시작과 끝을 보여준다. 누가 시작했든, 누가 끝을 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알랭드 보통으로 추정되는 화자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사랑의 탄생과 죽음을 접할 수 있다. 삶도 그렇듯 사랑도 살아있는 동안에 수많은 소용돌이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화자의 감정 묘사와 생각은 가슴에 꽂히는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심각하게 집중하고, 때로는 어이없게 웃을 때도 있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사랑을 할 때 하는 생각이나 느끼는 감정도 비슷한가 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매달리게 되는 현상도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보편적일 수도. 돌이켜보면 나도 지금까지 연애를 해오면서 운이 좋게도 죽기 살기로 매달려 보기도 했고, 미안하고 고맙게도 나라는 별 것 아닌 존재에게 매달리는 사람도 만나봤다. 그래서 양면의 감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화자를 불쌍히만 여기지 않고, 클로이를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클로이가 바람을 핀 건 당연히 잘못됐고, 굉장히 분노했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은 동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서로 그 마음을 맞춰가는 게 바람직한 사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연애를 할 때, 둘만 아는 지식을 만들어가고 그 세계관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서로에 대한 애칭을 만들기도 하고, 함께 겪은 에피소드를 추억하기도 하며 서로의 취향이 같은 부분에 대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가령 그것이 좋아하는 것이든 싫어하는 것이든. 둘만 아는 웃음코드에 깔깔대며 웃는 것에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한, 둘 모두 싫어하는 존재를 욕하면서 돈독해진다는 언급은 정말 구차하지만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어쩌면 연애나 사랑은 나의 세계를 하나 더 만드는 것 같다.


 사랑과 연애도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다. 나는 평소에 사랑 또한 인간관계 범주 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인들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은 연인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내 생각을 방증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유머는 서로의 차이와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자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해하는 타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내용도 사랑보다 큰 범주에서의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신의 방에 혼자 있지 못해서 일어난다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결국 내가 행복하고 즐겁고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왜 책의 제목처럼 화자는 클로이를 사랑하(했)는가? 책을 아무리 들쳐보아도 명확한 답은 없다. 가끔 클로이의 제멋대로인 치아가 좋다고만 했을 뿐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유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천차만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외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나 재산일 수도, 성격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 보여지는 이 시대의 세태는 이와 다르지 않다. 결혼도 급을 나누는 세상이다. 하지만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재밌고 편해서, 나와 다른 사람이어서 또는 나와 너무 같은 사람이어서 사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외모도 아니고 조건도 아니다. 그냥 너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알랭 드 보통이 가르쳐준 '여행의 기술', 박유신, 디아티스트,
http://www.theartist.co.kr/news/articlePrint.html?idxno=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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