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책의 3부작을 관통하는 한 문장. "주변인의 욕망은 한 인간을 어떻게 잠식하는가"
주인공인 영혜의 주변 인물들은 각각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 욕망들은 영혜를 잠식해나가 채식주의자가 되게 하며, 다시 자연 그대로로 돌아가게 만든다.
남편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적절한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 평범하지만 무서운 욕망이다. 그래서 영혜와 사랑 없이 결혼했고 무난함에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영혜의 채식과 공허함이 시작되자 그 욕망을 채울 수 없었고, 결국 떠나게 된다. 떠나지 않았다면? 그렇다고 해서 그 욕망이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므로 영혜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형부는 처제인 영혜를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정상적인 성적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예술을 핑계 삼아 욕망을 채우지만 결국 영혜의 언니인 아내에게 들키게 되고 떠나게 된다. 책에는 예술적인 서사가 표현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외도와 불륜은 그들에게만 아름답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자신의 기준대로 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영혜의 남매들의 유년시절 가정폭력을 휘둘렀다.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했다. 고기를 거부하는 영혜에게 손지검을 하며 탕수육을 영혜의 입에 욱여넣는 행위에서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준다.
언니는 내 가족만 행복한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고 누구도 잘못됐다고 하지 않아 되려 당당한 욕망이라 할 수 있다. 가족을 아끼겠다는데 누가 욕을 하겠는가. 그래서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면서까지 그 욕망을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런 주변인들 사이에서 영혜는 채식주의로 시작해 나무가 되려 한다. 아무 욕망 없는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 내 주변인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고, 나는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 주변인인가. 나는 어떻게 잠식되고 있으며, 누구를 어떻게 잠식시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