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쉼을 허락해줘

안녕, 번아웃!

by 밍글
Screenshot 2025-04-18 at 7.10.48 PM.png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안주연 저



병가를 내기 전부터 내 상태가 심상치가 않긴 했다.

회사에선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졌고 사람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힘조차 나지 않았다.

한동안 날 괴롭혔던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또 새로 밀려오는 프로젝트에 '숨을 못 쉬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한마디로 정신적 질식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가는 일주일, 하루종일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아침 요가로 몸을 깨운다. 집에 돌아와 방 정리를 한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집안 소일거리를 하거나 낮잠을 잔다.


그렇게 재밌다는 '폭싹 속았수다' 정주행을 해볼까 싶었지만 감정 에너지가 소모되는 게 싫어 차라리 글을 몇 자 적는 게 낫겠다 싶다.




IMG_9544.HEIC 요즘 삶의 유일한 낙, 요가 수련






세상은 우리에게 탁월함을 추구하도록 강요한다.

그 탁월함은 미디어 속 다양한 모습으로 포장되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뛰어난 무언가를 이루지 않는 삶은 왠지 낭비인 것만 같다.


나또한 그런 '탁월함의 덫'에 갇혀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는 보통의 삶에, 대체 무엇이 남는 것일까에 대한 실존적 고민은 나를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효율성이 극대화된 삶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멈춰 세우고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내가 가졌던 시선은 다름 아닌 '교만' 이었다는 걸!




IMG_9232.HEIC 하루종일 붙어있던 마우스와도 잠시 안녕




고작 일주일을 쉬었을 뿐인데, 그토록 힘겨웠던 번아웃 증세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또 모른다. 언제 다시 습관처럼 찾아와 나를 괴롭힐지.

번아웃은 질병이 아닌 직장 내 증상이라 했다. 말그대로 '직장인병'인 것을.

(직장을 벗어나면 당연히 낫는게 이치인 걸지도?)



직장인의 삶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그 끝은 알 수 없지만, 나는 또다시 나아가야만 한다.


중요한 건 나자신이라는 걸, 자기를 돌보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든 게 소진되었을 땐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도 괜찮다는 걸,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타버린지도 모른채 직장인의 쳇바퀴 삶 속에서 점점 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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