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답은 아니었음을
결국, 이직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이직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거라 생각했던 건 크나큰 착각이었고 한편으로는 교만이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전환했고 직장에서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그렇다고 내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나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도 높다는 걸 뜻한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기에 평균치 이상으로는 퍼포먼스를 내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회사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않고 워라밸만 챙기는 이전 직장 분위기가 그렇게 갑갑했던 나였는데, '성장'을 추구하는 환경에 있다보니 '안주'하는 삶이 그리울 정도였다. 높아진 연봉이 주는 만족감도 잠시잠깐 뿐이었다. 통장에 꽂히는 월급의 액수가 바뀐다는 게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으므로.
그럼에도 내가 했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것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이전 직장을 다니면서 내내 불만족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이라는 큰 의제에 가려진 많은 다른 삶의 요소들을 등한시하며 살아왔지만 그런 태도가 나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삶에서 일이 주는 의미가 어느 정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 삶의 최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명확해졌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일이다.
나는 커리어 개발도 잘 하고 싶고, 개인의 삶에서도 행복한 결혼과 가정을 이루며 살고싶은 사람이다. 분명한 사실은 나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많은 것들을 용기있게 도전했고, 성취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때로는 연약해졌고 때로는 방황했지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1년 뒤, 2년 뒤 어떤 삶을 살고있을지는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의 큰 파도를 넘기고 있는 나자신에게 누구보다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