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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한 회사를 떠나야만 했던 이유

'Comfort Zone' 을 박차고 나오는 일에 대하여

by 밍글 Apr 12. 2025

2024년 7월 퇴사를 했다. 


그땐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친한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밥먹듯이 '이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달고 살았다. '그렇게 워라밸 좋은 회사는 세상에 없다'며 배부른 소리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선배들도 있었고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게 제일 바보같은 일이야!'라며 편하게 생각하라는 선배들도 있었다. 인생을 나보다 몇년 더 앞서 살아간 입장에서 해주는 조언들이었고 다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다니고 있던 회사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이었다. 무려 오후 5시에 정시퇴근을 할 수 있는 꿀직장이었다. 계열사 할인이나 복지 제도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았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기에 나름대로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직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개인의 역량이나 성과를 바탕으로 직무배치나 평가가 이루어지기보다 뜬금없는 인사발령(본사에서 현장으로 발령되는 경우를 포함)이 잦아 '커리어 개발'의 관점을 견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나또한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계열사 전출입을 2번이나 겪었었다. 이런 인사발령들은 으레 업무성과나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졌다. 


구조적으로도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했기에 소위 말하는 '고인물'들이 나가지 않고서는 젊은 직원들이 성장하기 어려웠다. 정말 극소수의 일하는 직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무시간에는 쥐죽은듯이 앉아있다가, 퇴근시간 종이 땡 울리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듯했다. 




퇴직서를 제출하고 마지막 출근한 날, 인텔리젠시아 서촌에서



나는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으면 그냥 '스테이' 하라는 선배 언니의 말을 듣고도 나는 이직에 대한 의지를 굽힐 수 없었다. 나는 결혼도 하고싶고, 가정을 꾸려 아이도 키우고 싶은데, 그렇다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 때문에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았다. 


감사하게도, 이직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몇몇 회사에서 원하는 포지션에 면접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장생활과 MBA를 병행하면서 면접까지 준비하는 일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땐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가 원하는 포지션을 쟁취하는 일이 제일 중요했다. 




(왼쪽) 회사 근처 에스프레소바에서 후다닥 테이크아웃 했던날, (오른쪽) 은근히 자주 갔었던 최애 평양냉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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