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라이프 10년 결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얻은 가치관의 변화

by 밍글

2016년 4월 회계법인 인턴을 시작했을 때부터 카운트 해보면, 지금 이 시점에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만으로 10년을 채우게 되었다. 20대 중반 칼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어느덧 산도 강도 변한다는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내 삶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대 때는 사회에 나가 내 몫을 해낸다는 효용감이 굉장히 중요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문과/여자/비상경계'라는 트리플 조건값이 취업시장에서 얼마나 저평가 되고 있었는지 처절하게 경험했다. 반듯한 직장에 취직해 내 한몸을 건사히 챙길 수 있는 것, '내 밥 값을 내가 해내는 것'이 큰 과업이었다.


그렇게 쫓기듯 취업 문턱을 가까스로 넘기고, 대기업의 인사운영 시스템 안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거쳐 영업관리 부서에 배치받은 나는 대형 공장 속 굴러가는 하나의 부품처럼 현장관련 부서에서 뺑뺑이를 돌았다. 1년 반의 신입시절 현장근무를 거쳐 그토록 원하던 본사 직무로 발령 받았을 땐 하나님께 감사했다.


첫 회사에서 내가 원하고 바라던 직무를 마음껏 수행하다가 돌연 '승진'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첫 직장은 여자에게 승진 연차를 2년이나 늦게 부여하는 남아선호사상(?)이 뚜렷한 회사였다. 일 잘 하는 여자선배들이 약간 모자라보이는 남자 동기들보다 승진 기회를 적게 받아가는 현실을 보면서 퇴사를 결심했다.


경력직으로 들어간 두번째 회사는 첫 회사보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여성 리더들도 이전 직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내가 원하던 방향성을 온전히 찾을 수는 없었다. 잦은 부서 변경과 공채 위주의 수직적 조직 문화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뭐 대수냐 싶지만, 당시엔 내 삶의 가치를 회사에서 인정받고자 했던 것 같다.








사회생활 경험도 어느 정도 쌓이고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접하면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많이 바뀌게 됐다. 대기업 명함, 회사 내에서의 포지션 같은 것들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큰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각자의 삶의 모양이 다 다르고 어떤 일을 하던 내가 삶의 주체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주어진 환경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앞만 보며 달려오느라 고생한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허락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과 나다운 삶을 가꾸어나가는 것이 남은 30대의 삶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휴식기를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내 삶이 되기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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