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산책

첫 번째 해외여행 (4) | 런던

by 밍밍

시차 때문인지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5시부터 계속 잠에서 깼다. 결국 7시 30분에 일어나 산책을 했다. 빅토리아 역에서 빅벤 앞까지 걸으며 도시의 풍경을 즐겼다. 아침부터 공사 중인 곳이 많았지만 빨간 2층 버스와 함께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니 내가 더 활기차지는 느낌이 들었다. 산책을 하고 숙소에 돌아와 아침으로 맛있는 한식을 먹었다. 역시 한식을 먹으니 속이 든든해졌다. 한국에서도 매끼마다 한식을 먹는 건 아닌데 외국에 오니 한식은 음식 그 이상의 존재가 됐다. 이 맛에 다들 먼 타국에서 한인민박을 찾나 보다.


아침을 먹고 혹시나 데이 시트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위키드 극장에 갔다. 분명 10시에 오픈이라고 했는데 10시 10분이 되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다가 지나가던 청소부 아저씨께 물어보니 이쪽이 아니라 뒤쪽이라고 한다. 얼른 뒤쪽으로 갔더니 이미 줄이 길었다. 그래도 내 운을 시험하듯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지만 역시나 표는 다 팔리고 없었다. 아쉬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런던에서의 첫날이니 또 기회가 있을 거야!'


데이 시트를 기다리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11시에 버킹엄 궁전에서 시작하는 근위병 교대식에 후다닥 갔다. 매일 진행되는 근위병 교대식이지만 나처럼 전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궁전 앞이 가득했다. 아빠의 목마를 탄 아이, 손을 길게 뻗거나 셀카봉을 이용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목을 쭉 빼고 여행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 모두가 교대식을 보며 즐거워했다. 교대식이 다 끝나갈 무렵 백마를 타고 기마경찰이 한 바퀴를 도는 모습은 참 멋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어깨 사이로 작은 병정 인형 같은 근위병들의 움직임을 살짝 구경한 후 인파에서 빠져나와 바로 옆 한가로운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 갔다. 런던의 공원은 그림 같았다. 큰 호수 주변으로 각양각색의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멀리에는 런던아이가 보였다. 도시와 자연의 조화가 딱 좋았다. 나무 그늘 아래에 뜨거운 햇살을 피해 돗자리를 펴고 편안하게 경치를 구경하니 내가 정말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잔디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 여유를 즐기며 누워있는데 바람이 불어 자꾸 돗자리가 내 얼굴을 덮었다. 아무래도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라고 그랬나 보다.


IMG_9546.JPG 수 많은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영국 근위병들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처음 만난 런던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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