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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D Jun 25. 2023

책 읽는 우리, 사라지지 말아요.

서울국제도서전




독서 인구가 멸종 수준에 가깝다는 요즘,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근처에 있다는 건 굉장히 축복이다. 혼자 책을 읽고 읽은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지혜를 나누면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4번째 독서모임은 매년 열리는 <서울 국제 도서전> 날짜에 맞춰서 진행했다.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겸사겸사 가게 되어서 신났다. 과소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코엑스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여러 권 사오고 싶었지만 이미 집에 책들이 많고, 책값도 많이 올라서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책 읽는 사람들 진짜 없다더니 전부 코엑스로 몰렸나 보다.


오픈 전부터 줄 서 있었음



도서전은 처음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확실히 대형 출판사에서 화려하게 꾸며놓은 부스에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오픈 때 들어가서 1시간 반 정도 보는 것이 가장 깔끔하게 보기 좋은 듯. 안쪽 홀로 들어가면 동네 서점, 독립출판, 표지 다시 그려보기 전시 등 소규모 부스들이 많았는데 반대로 설계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차피 사람들이 많이 가는 대형출판사의 부스를 안쪽에 배치하면 소규모 업체들이 지나가는 길에라도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 모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서 시선을 빼앗겼고 욕심껏 가져오고 싶었다. 정신차리고 보이는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2개 골라왔다. 책갈피로 써야지. (재생용지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날 독서모임 주제가 <500쪽이 넘는 벽돌책>이었기 때문에 이미 벽돌책 1권과 독서모임용 다이어리까지 가져간 상태가 팔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도서전에 왔을테지만.





내가 책을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이야기, 서사가 너무 좋다.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자기계발서보다 나는 문학에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그러니까 일부러 노력하려고 하지 않아도 책을 좋아할 수 있었다. 문학 한정이라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노력해야 한다!






전에 아이를 키우는 직장 상사께서 책 읽는 것도 어쩌면 공부나 운동을 잘하는 것과 같은 일인 것 같다고 하셨다. 두 아이를 키워보니 한 아이는 별 다른 지도를 하지 않아도 책과 친숙하게 크던데 다른 아이는 좋다는 지도법은 다 써봐도 책과 친하게 만들기 어렵다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어른들은 학습을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보다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답을 내릴 순 없지만 나에게 기준을 두고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물리적인 존재라서 본인이 숨 쉬고 있는 장소 외에 직접 경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가보지 않은 곳들을 가볼 수 있고 경험해보지 않은 일도 상상해볼 수 있고 심지어는 과거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저변은 조금씩 더 넓어지고 내 생각은 더 깊어진다.





또한 직접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연구한 사람들의 통찰력도 책을 읽으면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전문가라는 말을 사용한다. 책을 읽으면 관심 있는 분야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재미있으니까! 앉은 자리에서 몰입해서 읽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은 그런 책을 계속 찾아다닌다. 바로 나처럼.





개인적으로 요새 너무 층이 얇고 쉬운 책들, 읽기 쉽고 편안한 내용의 책들 위주로 출판되서 아쉽다. 잘 팔리니까 출판사들도 그런 선택을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머쓱하게도 나도 많이 읽긴 한다.) 그리고 그런 책을 골라 읽는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잘 넘어가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친구들과 이 대화를 하다가 조금 거칠게 표현이 되었다. 으, 말하면서 흥분해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에서 벗어나면서 과격한 표현을 쓰는 거 조심해야지.






친구가 초심자(뉴비)에게는 친절하고  친절하라. 라는 명언을 남겼다. 앞으로도 내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이라 인상적이었다. 성취 테마가 있는 나는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도 초심자에게는 친절하고 또 친절할 수 있으니까.






그 친구가 읽기 쉽고 편안한 내용의 책들이 잘 팔린다는 건 결국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다른 매체로 넘어가서 출판 시장으로 넘어오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되는 곳으로 가야지.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생일책을 샀다. 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가 쓴 책은 내가 이미 읽은 책에다가 정말 좋아했던 책인데 이렇게 만나서 기뻤다. 같은 책이라도 이렇게 커버를 씌우고 파니까 더 의미가 있어서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거다.




아직 이름 못 정한 독서모임 6월 모임 내용을 정리하려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제목처럼 책 읽는 우리, 사라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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