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지 두달이 된 사이.
이제는 당연하게 주말마다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토요일 오전에 일을 하고 월요일에 쉬는 그의 일정에 따라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는 그의 집에서 함께 보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길에 그는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한번도 그가 만난지 얼마만에 사랑한다는 말을 꺼냈는지 생각해본적이 없다.
만나는 중에도 언제쯤 그가 내게 사랑한다 말할까 궁금해하거나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그 만큼, 안되면 말고. 식의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토요일.
일을 끝내고 나를 데리러 온 그는 직장 동료가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악, 또 불어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하며 급우울해졌지만
그를 위해 알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으면, 와인, 꽃, 디저트 등을 선물로 가져간다.
pâtisserie 파티세리, 베이킹을 좋아하는 그는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맛은 있었지만 정말 달았다.
그의 직장동료 커플은 우리를 위해 그들 버전의 스시를 해주었다.
이곳의 스시는 날생선이 올려진 밥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롤 같은 것이다.
스시 소스라며 건네준 것은 일본 간장과 오코노미야키 소스.
오코노미 야키 소스를 보며, 이건 스시에 먹는 소스가 아니야. 했더니,
단맛나는 간장이라며 거기에 캘리포니아 롤을 찍어 먹었다.
나는 늘 그렇듯 말없이 먹기만 했고 나머지 셋은 즐거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12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외투를 벗더니 나를 번쩍 안아올렸다.
그 : 일주일이 너무 길었어.
나 : 왜?
그 : T'étais pas la. 네가 여기 없었으니까.
그는 내게 아직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고, 당연히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라고 묻지도 않았지만
천천히 부드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왔다.
너무 서두르지 않는 그였기에 우리가 지금의 관계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니면 도망갔을지도.
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예전의 나였다면, 우리 대체 뭐하는거냐. 우리 지금 사귀는거냐. 나와의 미래는 그리고 있는거냐.
이러면서 상대를 들들 볶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의 이별이 힘들었고
거기서 보채지 않고 여유를 가지는 마음을 배웠기에
서로 서서히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안달해봐야 미래는 우리에게 미리 답을 주지 않는다.
순간을 만끽하고 순간을 사는 것 만이 좋은 미래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