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by 몽아무르

비오는 토요일 오전.

빗소리 들으며 앉아 있노라니 급 기분 말랑말랑.

그러므로 말랑말랑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는 소소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어느정도 안정적이고 넉넉한 수입이 생기게 되면

자연스레 값비싼 물건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학생때는 보세의류만 구입했다면

직장인이 되어서는 여유에 따라 백화점에서 브랜드 의류를 구입하게 되는, 그런거 말이다.


그는 그런걸 잘 모른다.

안정된 수입이 있으면서도 브랜드는 비싸다고 쳐다보지도 않고

H&M에서 본 30유로 짜리 니트도 비싸다고 손을 벌벌 떨다 결국 구입을 포기했다.


그는 소박한 면이 있다.

이는 내게 주는 선물에서도 드러난다.

심지어 프로포즈 할 때 준 반지는 금도 아니요, 은도 아닌 세라믹에 큐빅 박힌 반지였다.

그는 돈이 없어서 그 반지를 고른게 아니었다.

그저 그 반지가 예전에 내게 사준 귀걸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고른거였다.

프로포즈 반지니까 당연히 다이아몬드 ! 식의 허례허식이 그에게는 없다.

그에게 선물은 마음이다.


이따금 그의 취향이 나의 취향과 엇나갈때도 있지만,

그에 따라 나의 눈도 소박하게 바뀌는 것 같아 때로는 기분이 좋다.


매일 사랑한다 말하면 어느새 그것은 공기 같아져 무감각해질때가 있다.

그는 돈 안들이고 지루하지 않게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안다.


그는 하트 모양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트 모양을 내게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해준다고 믿는다.

일관된 그의 하트 사랑은 어느새 나를 길들이고 나조차 하트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는 하트만 보면 그가 생각 난다.


그를 향한 나만의 심볼을 정해 지속적으로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커플이 둘 만의 추억, 농담, 습관을 갖는 것은 사랑을 키우는데 좋은 방법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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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1년이 마무리 되었을 때, 수고했다고 사준 하트모양 귀걸이.

프로포즈 반지와 세트로 생각했다는 그 세라믹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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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출근한 그가 남기고 간 '<3 Je t'aime' 이 보였다.

빼놓지 않는 하트.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내 소중한 입생 로랑 립글로스로 거울에 써놓았다.

메세지를 보고 귀엽다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거 엄마가 사준건데 !' 라며 내 립글로스를 불쌍해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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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이킹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어느날 내게 만들어준 초코케익.

빼놓지 않는 하트모양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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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면접을 보러 갔더랬다.

밤 늦게 돌아와보니 상에 곱게 차려진 퐁덩 오 쇼콜라 Fondant au chocolat와 그것을 장식한 초.

이전에 지나가는 말로 퐁덩 오 쇼콜라 만들어 달라고 농담하곤 잊고 있었는데 만들어준.

자세히 보면 초콜렛 조각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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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하느라 너무 바빠서 저녁을 안 했다.

퇴근하고 온 그가 마련한 저녁 식사.

밥먹으라고 불러서 거실에 나가보니 여전히 빠지지 않는 하트모양 접시와 초.

평범한 나날들 중 하루의 저녁식탁이지만

그는 집에 있는 접시와 초로 그것을 특별하게 만들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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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그를 마중해주고 아침 먹으려고 주방에 들어가보니

그가 전날 먹다 남은 크렙 crêpe을 오려서 하트를 만들어 하트 접시에 올려 놓았다.

저 하트 접시는 참 활용도가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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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한 것. 슈퍼에 알파벳 모양 파스타를 팔길래 사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퇴근 후 그가 씻는 동안 접시에 저렇게 Je t'aime mon amour. 라고 써놓고 밥먹으라고 불렀더니

엄청 좋아했다.

내가 한 건 이것뿐. 난 그처럼 아이디어가 충만하지 못하고 좀 게으르다.




그는 이제껏 내가 연애해온 사람들과 참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내 이상형과는 가장 거리가 멀지만 나는 가장 행복하다.

(물론 미울때도 당연히 있다. 그건 다음 기회에.)


내가 그에게서 배운 것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법이다.

만번을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마음. 사랑.

대단한 이벤트보다 그가 먹다남은 크렙으로 만든 하트가 더 좋은 것은

시끌벅쩍한 '한' 순간 보다 평범한 나날들, 즉 일상 속에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그는 하트 모양으로 내게 최면을 거는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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