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직도 어색해.

by 몽아무르



늘 주말을 같이 보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를 거르고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날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더랬다.

나를 데리러 집 앞에 온 그는,


그 : 와! 원피스 입었네?


나는 그만 부끄러워져 그냥 웃기만 했다.


그의 집에 도착했는데,


그 : J'aime beaucoup ta robe. T'es très jolie.

네 원피스 진짜 마음에 든다. 너 정말 예뻐.


나는 또 부끄러워서 그냥 웃었다.

하루 지나고 봐서 그런지

아니면 점점 더 그가 좋아지는지

그런 칭찬이 아주 부끄럽고 어색했더랬다.


그날 나는 그를 위해 카레와 계란 조림을 했더랬다.

저녁을 먹는데 자꾸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길래 내가 어색해하니까,


그 : 왜?

나 : Tu me regardes comme...

너 나를 쳐다보는게 마치...

그 : comme... ?

마치...?

나 : 단어를 모르겠어.


난 그의 타블렛으로 단어를 찾았다.


나 : me manger des yeux ?


하하하 웃는 그. 나는 '뚫어지게 쳐다본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프랑스어식 표현은 직역하자면 '눈으로 먹는다' 정도였다.

그는 말장난을 한다.


그 : Je ne vais pas te manger. 하하.

너를 먹지는 않을 거야. 하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톱셰프'라는 프랑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는 애칭을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이때까지는 나를 애칭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날 갑자기 나를 껴안으며 'ma petite puce'라고 불렀다.

프랑스식 애칭을 알리 없는 나는 그 말을 못알아 들었다.

그는 타블렛으로 애칭 목록을 검색해 보여주었다.

그리곤 다른 걸로 불러주었는데, 나는 부끄러워 차마 대응하지 못했다.

이렇게 그는 나를 애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mon coeur 가 그의 공식 애칭. coeur는 심장, 하트 뭐 그런 뜻이다. 나의 심장.

프랑스에서 연인 혹은 부부간에 cheri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애칭 같다.


내가 그의 칭찬과 애칭에 부끄러워했던건

그 만큼 그에게 마음이 많이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별 마음 없는 사람들이 칭찬하면 고맙다고 샐쭉 웃으면서 대응하거늘.


껴안고 있으니 그는 내게 물었다.


그 : T'es bien comme ca?

이렇게 있는거 편해?

나 : 응. 너는?


그는 bien (영어의 good이나 well과 비슷한 뜻. 보편적으로 '좋은'이란 뜻으로 쓰인다.) 이란 말을 가지고 말놀이를 했다.


그 : Je suis bien quand t'es la.

난 네가 여기 있을 때 좋아.


나는 다시 대응하지 못하고 미소만 짓고 말았다.


그 : Je suis content de te voir.

너 보니까 좋다.


날이 갈 수록 그는 내게 점점 더 많은 다정함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나는 쓰잘데 없는 경험주의 원칙(?) 에 의해

이것도 언젠가는 끝나겠지 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그 순간을 마냥 즐겁게 즐기지 못했다.


이 날 쓴 내 일기에는,

'그가 점점 좋아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다.

그와의 미래를 그리게 될까봐 항상 조심한다.' 라고 쓰여있다.


이태껏 연애에서 내가 겪은 것은

여자는 연애가 진행됨에 때라 마음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남자는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원하는 그녀를 얻기위해 모든 것을 하지만

한번 그녀가 손에 들어오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더 이상은 노력하기 귀찮은.

그런 느낌.


나는 그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다정한 말과 행동에 감동하여 그를 더 좋아하게 되지만

나중엔 그 다정함도 사라지겠지.

처음의 감정의 간지러움이 사라지면 다시 연애 지옥이 시작되겠지.


그가 좋아지면 그에게 기대하는것도 많아지겠지.


마음이 그렇게 크지 않을때에는 사실 기대하는 것도 적다.

기대하는 바가 없으면 주어진 것에서 만족을 찾기도 쉬운 것 같아.


하지만 상대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왜, 이렇게는 안해줄까. 저렇게 해주면 좋을텐데.

내가 이만큼 사랑해주는데 왜 요것밖에 안돌아올까.

갖은 고민들을 하게되면서 나 자신도, 그리고 상대도 괴롭히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많은 여자들이 하는 고민인 '연락 횟수' 같은 거다.

내가 열번 연락하면 그 사람도 열번 연락해야 하는 것.

내가 어디 이동할때마다 연락하니까 그 사람도 그래야 하는 것.

예전 사람들과는 하루종일 연락이 없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그와 만날때에는 그런 기대 자체가 없으니 연락이 하루 한번만 와도 아무렇지 않았다.

왜 맨날 나만 연락해? 하면서

연락의 횟수를 사랑의 척도로 삼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건강한 연애는

대가를 바라고 뭘 해주지 말 것.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말 것.

커플 간에도 적당한 거리, 즉,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인정 할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할 것.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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