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멀리 있는 시간을 걱정하기.

by 몽아무르





엄마한테 내가 사람을 만나고 있음을 이야기 한 것은 그와 만난지 4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언제 말할까 하고 틈을 보았다기 보다는

그냥 통화하다가 충동적으로 말했다.


그 당시 나는 엄마에게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딸이 아니었다.

결정도 혼자하고 늘 결과만 이야기 했다.

힘들다고 내색하거나 상의를 해본 적도 없다.

엄마는 그렇다고 내게 묻지도 않았다.

그저 속으로 수많은 질문을 삼키며 나를 기다렸다.




나는 구순열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엄마에게 그가 내 입술의 상처에 대해 이미 물어봤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엄마.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 역시도 나중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거야.

전 남자친구 때처럼 본인은 괜찮다지만 부모님이 싫어하실수도 있는거고.

엄마가 이거를 지고가지마.

그럼 내가 누구 만나고 헤어질때마다 엄마탓으로 돌릴거야?



나는 화제를 돌릴겸 근황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엄마는 집 사는 이야기, 요즘 사회생활로 바쁜 이야기를 소녀같이 수다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좋다.


2시간 반을 통화하고 나니 낮잠을 자고난 그가 다가왔다.


그 : 나 자는 동안 네가 옆에 없어서 슬펐어. 포옹을 기대했는데.

나 : 내가 너 안아줬는데. 네가 자느라고 모른거지. 그래서 나도 슬펐어.

그 : 나 자는 동안 안 심심했어?

나 : 응. 엄마랑 통화했어.

그 : 아 ! 나 놓친거야?

나 : 응

그 : 지금 한국 몇시야?

나 : 새벽 한시?

그 : 이 시간까지 통화한거야? 우와.

나 : 응. 할말이 많았어. 네 이야기도 했어.

그 : 무슨 이야기 했어?

나 : 그냥 어떻게 만났고, 너 착하고, 친절하고, 뭐하는 사람이고, 몇살이고, 뭐 그런거.

그 : 엄마 걱정하셔 ? 한국에 안 돌아올까봐?


나는 이 말을 듣는데, 얘는 참 젊은애 혹은 외국애 답지 않게 관계에 대해 멀리 보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 : 당연하지.

그 : 응. 엄마들은 그렇지. 배고파?

나 : 음...

그 : 난 배고파.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은 결혼 준비를 하다니.

시간이란 참 무서웁고 대단하다.

그렇게 걱정하던 것도 시간이 지남과 함께 자연스레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이 되고

서로 익숙해지고 하니까.


너무 걱정했던게 무안할 정도로

지금은 그때 걱정 했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이 있으니까.


지금 걱정하는 문제도

몇 개월이 지나면 어느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어 있겠지.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자.

아님 말고. 정신이 중요하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길이 없는 건 아니니.

노력하되 원하는 결론이 아니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훌훌 털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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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파리에 갈때 가다가 점심 먹으라고 할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

그는 정말 프랑스 식이라며 하하하 웃었다.

치즈, 잠봉, 빵, 소세지.

빵에 나머지 재료를 올려 먹는 것.

참으로 야채가 없는 이들의 식단이 가끔은 힘들때가 있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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