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점점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4월의 어느날에 쓴 일기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1. 그 날 아침 그는 내게 아침을 대령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침대에서 남자에게 받아먹는 서양식 아침식사에
내 기분은 이미 말랑말랑.
먹는 내내 뒤에서 꼭 안고 있다가
마지막 딸기는 나 하나 먹여주고
자기 입에 하나 넣고.
2. 달거리 때문에 생리대가 필요했는데
본인이 사다주겠단다.
그러고 사온 생리대는 팬티 라이너였다.
그 : 이거 맞아 ? 내가 매일 아침 이걸 사는게 아니라서...
모르면서도 사다주겠다던 그의 노력이 귀여웠고.
3. 우리는 그의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그는 한달에 적어도 한번은 할머니를 뵈러 간다.
별거 안해도 같이 밥 먹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아는 그의 마음이 예뻐보였으며.
4. 이곳 부활절에는 아이들에게 계란 모양의 초콜렛을 선물로 준다.
마침 부활절이라 조카들에게 초콜렛을 주고 싶다며 할머니와의 점심 식사 후 누나네 집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그가 말했다.
그 : 레티시아에게 집에 들르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뭐라그랬는지 알아?
마일리스가 아침에 네 이야기를 했대. 갑자기 이유없이 네 생각이 난다고.
나 : 정말?
두세번 봤을 뿐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마일리스가 귀여웠다.
누나 집에 도착했는데, 에믈리스와 그의 누나가 아침에 마일리스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아냐고 싱글거리며 물었다.
나는 알면서도 뭔데? 하고 물었고
마일리스는 쑥스러워하면서 동생과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고 성화였다.
나는 감정 표현에 조금 서툴다.
에믈리스가 '마일리스가 아침에 네 생각이 났대 !' 라고 일러바치듯 이야기 했을때,
나는 마일리스에게 고맙다고 살갑게 말하지 못했다.
그저 C'est gentil. (친절하네. 고맙다.) 라고 말했을 뿐.
나도 괜히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게 괜히 미안해져서 아이들이 놀 때 괜히 옆에서 관심을 보였다.
같이 보드 게임도 하고.
애들은 일찍 자야했기에 먼저 저녁을 먹었는데,
에믈리스가 굳이 자기 밥 먹을 때 옆에 있어 달라기에 옆에 앉았다.
자기 토마토를 내게 나눠주며 '맛있지?' 라고 묻는 에믈리스.
애들은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늘 그렇듯 침대 곁에 가서 잘자라고 인사하고 뽀뽀하는데
마일리스가 토요일에 놀러오면 안되냔다.
난 당황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응'이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마일리스는 파리로 떠났다.
학교에서 떠나는 삼일 여행이었다.
마일리스를 삼일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이 날 저녁 그의 부모님도 마일리스를 보러 왔더랬다.
참 각별하다 생각했다.
애들을 재우고 어른들끼리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농담을 나누다가 내가 '남자는 여자말 듣는거에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은 그의 누나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그의 새아빠는 '쟤 (누나) 말 듣지마 !' 농담하고,
결국 남녀가 나뉘어서 누가 더 위에 있느니 농담들을 했다.
그의 엄마는 본인 아들이 말 안듣거든 본인에게 연락하라고 내 편을 들어주고.
그걸로 한참을 웃었다.
훈훈한 가족들의 모습에 나는 한국의 식구들이 더 보고싶었다.
이 날은 그리움이 극에 달해 화장실에 가서 엉엉 울고 싶을 정도였다.
집에 가는 길에 그는 내게 괜찮냐고 물었다.
나 : 그냥, 너희 가족 보면 우리 가족 생각이 많이 나.
그 : 여름에 가면 되지.
나 : 여름에 너무 비싸. 집도 비워야하고. 집 다시 찾는거 나한테는 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야.
그렇다고 집세 내고 두 달 비우는 건 싫고...
그 : 그럼 겨울에 가. 겨울에 가면 나도 같이 갈께.
나는 그의 말에 놀랐다.
뭐랄까 그 순간에는 내 가족을 보러 그 멀리까지 가준다는 말이
이 관계를 한단계 진전 시키는 말 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진짜냐고 묻는 내 말에 '응' 이라고 대답하면서 그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나 : 나 기분 좋아.
그 : 왜?
나 : 네가 같이 가준다고 하니까.
그 : 내일은 늘어지게 늦잠 자자.
그는 나의 처지를 이해해주었다.
이렇게 그는 점점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도 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