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쉬는 화요일에 일어난 일.

by 몽아무르




그 날은 쉬는 화요일이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를 초대해 바베큐를 먹었다.


4월의 봄빛 아래서 츄르륵 신선한 즙이 나오는 토마토와 먹는 바베큐는 일품이었다.

별것 하지 않으며 오후를 보내고

저녁에는 둘이서 늘 보던 티비 프로그램을 보았다.


느긋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몸을 뉘이곤 불을 껐다.

나란히 누워있는데 갑자기 나를 껴안는 그.


그 : 있잖아..

나 : 응?

그 : Je crois que je suis amoureux de toi. (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


그랬다.

12월 말에 처음 데이트를 해서 근 4개월동안 우리는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말을 듣지 못했다고해서 관계를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는 내 귀에 직접 이야기 한 적이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항상 사랑받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사랑한다는 표현을 들으니 순간 기분이 묘해져버렸다.

영화 '레옹'에서의 대사처럼 뱃속에 나비들이 후르륵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나도 사랑해.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순간에 어울리게 뭔가 멋지고 담백한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겨우,

C'est bien. ( 좋네. )라고 말했다.

그리고 Moi aussi. ( 나도. )라고 덧붙였다.


그는 '진짜야?' 하면서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너무 깜깜해서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로맨틱한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웃겼다.


그 : 얼굴이... 안보인다.

나 : 하하하. 그러게.


사랑 고백후, 아련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마무리하려던 로맨틱의 의지는 사라지고

그는 내 옆에 누워 십초도 되지 않아 잠들었다.

그 여느 밤과 다르지 않았다.


낭만적인 작은 순간이 함께했던 평범했던 그 날 밤.

시끌벅적하지 않게 다른 날들과 똑같이 평온하게 마무리되어 더 기분이 좋았다.


그 날은 참 잘 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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