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단점 발견.

by 몽아무르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단점은 상대적이다.

내가 느끼기엔 단점 같은데, 남이 보기에는 별 흠도 아닌 것 같은. 그런 것.


한참 연애의 화학작용이 증폭하던 시기.

그를 만난지 사개월 쯤 되어서 그의 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콩깍지 효과로 단점은 그냥 봐줄만하고 아무말 안해도 넘어갈 만한 것이 된다.


내가 발견한 그의 단점은

본인이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 말이 귀에는 들어오나 그대로 나가버려 대꾸할 생각을 못한다는 것.


보통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

그가 몇 년이 지나 내게 어떻게 대할지가 보인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존재고, 평생을 같이 보낸 사람들이니까.

내가 편해지면, 내게도 그렇게 하겠지.


그래서 나는 가족을 대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잘 살피는 편이다.

그는 다정다감하다.

팔순되신 할머니 외로우실까봐 이주에 한번은 한시간 거리 운전해서 꼭 찾아뵙고,

별일 없어도 전화드리고,

가족 대소사 모두 꼬박꼬박 잘 챙긴다.


한편으로는 이게 내게 독이기도 한게, 가족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니

덩달아 나도 그의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다는 것.


어쨌든, 다정한 그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이따금 대꾸를 안하는 단점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나는 당시 일기에 이렇게 썼다.


'아빠가 말하면 대꾸를 안 할 때가 있다. 그게 좀 안 좋아 보인다.

그럼 이것도 나중에는 내가 싫어하는 점이 되겠지. 하하하. 다 보인다 이제는.

초반에는 그냥 거슬리다가 나중에는 정말 싫어지고 그 다음은 고칠 수 없는 구제불능이라 여기겠지.'


신기한 것은,

그와 함께 한지 일년이 지난 지금, 정말로

그가 말대꾸에 약한 걸 가지고 말다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주던게

왜 지금은 안될까.

처음에는 속상하지 않던게 왜 지금은 속상할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사람이 내 인생의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서른이 되도록 가졌던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누군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줄 알기에,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는 본인이 대꾸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데,

그럴때마다 본인에게 농담하듯 지적해 달란다.


나는 여기서 문제해결 방식이 다름을 깨달았다.


내가 그의 단점을 때마다 지적하지 않는 것은

잔소리하기 싫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 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지적하지 않는다고 표정까지 숨길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 그는 묻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왜 표정이 않좋아?'


지적질을 안할 거면 표정도 관리 잘 해야하는데 그건 또 안되니,

결국 표정으로 지적질을 하고 만다.


그의 질문에 결국 심경토로를 하며 지적질을 하게된다.


그는 내게 말한다.


'네가 매번 지적하는게 싫다고 하지만, 정색하고 이건 좀 그렇잖아 ! 라고 하는 것 보다,

어, 여보세요? 저 여기 있어요. (깜찍한 손짓) 하면은 분위기도 좋으면서 나도 내 잘못을 깨달을 수 있잖아.

나는 노력하고 싶어. 절대 나쁜 의도가 있어서 대답을 안하는게 아니야. 내가 뭐 하나에 집중하면, 대답을 했는지 안했는지 생각 자체를 못해.'


생각해보면,

나는 그에게 이따금 이유없이 짜증을 낼 때가 있는데,

그러면 그는 내게 장난을 건다.

왜 이유없이 짜증을 내냐는 질책대신

멍청해보이는 춤도 추고,

괜히 젠틀맨 흉내도 낸다.

내가 어이없어 웃고말면, 그때서야 왜 기분이 안 좋은 지 물어본다.


아직도 단점은 평생 고칠 수 없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다만, 그의 단점까지 사랑할 순 없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순간을 유머와 말도 안되는 애교와 사랑으로 넘기며,

넌 어쩔 수 없다고 웃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서로 취향이 정말 달라서,

그가 고르는 것마다 못생겼다고 말하는 내게 어제 그가 보여준 글귀이다.


'당신의 여자의 선택을 나무라지 마세요. 당신도 그녀의 선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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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그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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