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할 새가 없다.
그는 워낙에도 머리만 대면 잠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분 내로 잠들지 못하면 내가 이상해서 먼저 '왜 안자?' 라고 물을 정도이다.
물론, 그런 그도 나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같이 안고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나서
잠을 못 자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좀 어린애 같은 면이 있다.
변화에 흥분하고
또 다른 변화를 끊임없이 찾는.
아이들이 장난감 받은 직후에는 눈이 반짝이다가 얼마지나지 않으면 한구석에 쟁여두는 것 처럼.
그렇다고 싫증을 잘 낸다기 보다는, 늘 무언가 새로운 것, 아니면 자극을 찾아다는 것 같다.
아무튼, 이 긴 서두는 모두 우리가 만난지 사개월이 되었을 때,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트지 않았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도란도란 대화 가진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불꺼놓고 나란히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게 좋은데
머리만 대면 자는 그 덕분에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았다.
우스운건, 예전에는 사랑하고 푹 잠에 드는 남자친구에게
벌써 자냐고 칭얼거렸는데,
지금은 자나보다 하면서 나도 자려고 한다는 것.
잠 안오면 혼자서 핸드폰 게임도 하고.
그리고 그게 서운하지 않다는 것.
내 마음이 넓어진걸까.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든 걸까.
그 날 밤은 유난히 그가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출근 해야하는데도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그.
어둠속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좀 더 속깊은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다.
첫번째, 그의 일 이야기.
나는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냥 회사원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직책을 이야기해줘도 그가 얼만큼 높은, 혹은 낮은 직급인지,
돈을 얼마만큼 버는지, 업무강도가 어느정도인지, 알려줘도 체감할 수 가 없었다.
이 날은 본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직책이 무언지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뭐, 말해줘도 감이 안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를 신기하다고 여긴건 퇴근하고서 나를 만나면 한번도 피곤하거나 울상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내가 하도 신기해서,
'넌 정말 안피곤해?' '너 정말 스트레스 없어?' 라고 늘 물었더랬다.
이날은 어둠과 밤의 영향덕분인지 실은 본인도 회사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는 고백을 했다.
나 : 그런데 왜 너는 스트레스 받은 티가 안나?
그 : 그건 내 문제잖아. 남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내가 주말에 밖에 나가고 싶은거야. 스트레스 풀러.
나야, 퇴근후 피곤한 기색이나 짜증 없는 그가 고맙지만 때로는 너무 티 안내니까 걱정도 되곤 한다.
혹시나 혼자 스트레스 빵빵 받고 풀지 못하다가 빵 터지는거 아닌가.
때로는 나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그냥 다른 사람한테 속이야기하고 나한테는 안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뭐, 내 복잡한 생각 만큼이나 그가 복잡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두번째, 집 이야기.
우리는 지금 작은 아파트에 산다. 그의 집이다.
그 : 나 작은 주택을 사고 싶어.
나 : 왜?
그 : 애들이 생기면 아파트는 좀 그렇잖아.
나 : 왜?
그 : 애들이 뛰어놀 마당도 없고, 애들 방도 있어야 하고...
사랑한다 고백도 안했으면서 나랑 집사는 이야기를 하는 이 남자.
그러다가 어디론가 떠나는 이야기를 했다. 이 때 우리는 같이 살지 않았다.
그 : 근데 나는 가족하고 너무 가까워서 못 떠날 것 같아.
나 : 응. 맞아. 너는 너무 가까워.
그 :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내가 혼자 일때는 신경 쓸 사람이 가족 밖에 없으니까,
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경써주고 그런건데,
커플이 되면 또 내 커플을 신경쓰게 되겠지.
나 : 그렇구나.
그는 이때 영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이 제대로 이야기를 했는지 내가 제대로 이해 한건지 물었다.
그 : 제대로 이해한거야? 제대로 이해해야해. 중요한 이야기야.
그는 다시 불어로도 설명해주었다.
가족이랑 가깝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가족과 떨어질수 있고 본인에게 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꼭 이해시키고 싶었던게다.
이때는 내가 공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고,
서로 아무런 미래도 약속해 줄 수 없는 상태였기에,
머물러 주겠니 하고 부탁하는 것도 내가 너를 따라 가도 될까 라고 묻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본인이 가족보다는 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더랬다.
여전히, 내 공부가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고민은 존재했지만.
여전히 그는 잠이 안온다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나는 내일 출근할 그가 너무 걱정이 되서 자라고 재촉했다.
역시 그는 자려고 마음을 먹고 눈을 감더니
금새 잠이 들었다.
꺄페 구흐멍 café gourmand
T'es gourmand ! 하면 너 먹보다 ! 이런 정도의 뜻이 된다.
미식, 식도락, 먹는 것 좋아하는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프랑스 사람들이 사랑하는 후식 종합 선물 세트 꺄페 구흐멍.
에스프레소 한잔과 작은 빵, 쿠키, 과일이나 시럽등을 넣어 먹는 프로마주 블렁 (흰치즈라고 불리는데 약간 요거트같다.).
4.5 유로 정도면 먹으니까 보통 디저트 시키고 나중에 에스프레소 따로 먹는 것 보다 싸다.
그렇지만 난 큰 디저트가 더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