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에게서 배운 거절.

아이가 배울 복잡미묘한 감정에 대하여.

by 몽아무르

주노의 두살

어제 요리를 하느라고 아이를 정원에서 혼자 놀게 두었다. 그런데 한참있다 어디서 자그마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지. 주노가 우는 건가. 아닌가. 아이가 혼자 노는데 가서 얼굴 비추면 그때부턴 잡혀서 같이 놀아줘야하기에 확신이 필요했다. 아무리 들어도 작은 흐느낌이었다. 이상했다. 울면서도 내게 오지. 내가 엄마 요리하게 혼자 있으라고, 엄마가 하는 중이면 방해하면 안되고 기다려야한다고 너무 강하게 반복해서일까. 그래서 슬픈 상황인데도 내게 달려오지 않는걸까. 순간 많은 생각을 하며 아이에게 가보았다. 아이는 항상 내게 많은 망상 공상 상상 가정을 하게 한다.

아이는 이미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흐느끼고 있었다. 화가 났거나 억울하거나 서운하기 보다는 슬퍼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러냐고 물었다.

거미가 같이 놀아줘요!”


엉엉엉 울면서 아이는 말을 토해냈다.


거미가 같이 놀아줘서 슬펐어?”
거미가 여기로 가버렸어. 거미랑 같이 놀고 싶은데. 엉엉엉.”

거미는 아마 살려고 재빠르게 도망을 갔겠지. 아이는 자신이 거미에게 있어서는 생과 사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아직 모르겠지.


주노야. 거미가 아마 주노가 무서웠나봐.”
주노 무서워요. 거미랑 같이 놀거에요.”
근데 주노는 이렇게 크고 거미는 요렇게 작잖아. 거미가 보기에는 주노가 엄청 엄청 커보일걸? 그래서 아마 무서울거야.”

아이가 말을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확신이 없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거미가 너랑 놀기 싫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갔다고 이야기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달팽이가 사라졌을때처럼 엄마아빠가 보고싶어서 떠났다고 해야했을까 싶기도하다. 어쨌든 아이는 그렇게 상대의 거절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거창했나. 아이야 관계가 쉬운것이 아니야. 암암. 너와 조차도.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자폐를 가진 성인이 의류 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적이 있다. 자신의 사업체를 알리기 위해 박람회에 참여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일이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 기쁨, 슬품, 등을 읽어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박람회 참여에서 가장 힘든점이 고객과의 대화라고 했다.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때 감정에 따른 사람의 표정을 사진으로 찍고 잡지에서 오려서 감정에 따른 표정을 가르쳤다고 했다.

그리고 의류 디자이너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같은 사람만 있다면 세상이 훨씬 단순해졌을거예요.”


그럴지도 모른다. 복잡 미묘한 것을 배우기 시작한 주노는 하루에도 몇번씩 얼마나 복잡미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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