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취미 #2 라탄 공예

손아귀 힘과 맞바꾼 작품

by 감자


혼자 사는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를 꾸준히, 잘해 내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즐겨보지 않는 프로그램이지만 경수진 배우가 나온다고 할 때마다 챙겨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혼자서도 심심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무슨 일이든 쓱쓱 해내는 모습이 멋있었고,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구를 잘 다루던 그녀는 집에서 쉬면서 라탄 바구니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잘 꾸며진 카페에서나, 아니면 소품 가게에서나 보던 인스타 갬성의 라탄 바구니라니. 저걸 저렇게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혹하는 마음은 미친 추진력이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인터넷에서 취미 클래스를 결제한 후였다.




주문한 소품 바구니 키트가 도착한 날, 나는 곧바로 라탄 공예를 나의 새로운 취미로 삼기로 했다. 등나무 환심을 적셔서 말랑말랑하게 한 후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되는 대로 커다란 냄비(?)를 찾아 환심을 가득 담갔다. 취미 키트라 동영상이 제공되었고, 동영상을 보며 한 땀 한 땀 바구니를 만들어 나갔다.


바구니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차라리 대면으로 진행되는 원데이 클래스였으면 조금 나았을까... 동영상을 보고 바구니를 결국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키는 대로만 따라 하다 보니 바구니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한 번 만들어보고 나니 대충의 감이 왔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 나는 결국 유튜브로 라탄 공예 강습 영상을 검색했고, 라탄 공예 책까지 구입했다(물론 지금 그 책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


동영상을 보고 만들어 낸 첫 작품



추가로 구입한 라탄 환심을 물에 적시고, 동영상과 책을 보며 나는 매일 밤 라탄 공예를 했다. 손이 많이 가는 바구니는 세 번 만들었지만... 두 번은 실패했고 한 번은 성공해서 친구에게 집들이 선물로 줬다. 하도 밤마다 하다 보니 티코스터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바구니를 만들다가 실패하면 그 분노를 티코스터를 만드는 데에다 쏟아부었다.


아직도 집 서랍에는 라탄 공예를 위한 환심이 가득하다... 찾아보면 책도 있고. 공예를 할 때 필요한 분무기와 송곳, 가위, 줄자까지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다. 라탄 공예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내가 매일 바구니와 티코스터를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선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재밌었으니까! 그리고 쓱쓱 만들어내는 나를 보고 다들 손재주가 좋다고 칭찬해서 정말 그런 줄 알았지 뭐야. 그렇게 한창 재미를 붙여나가며 나의 평생 취미 중 하나로 만들고 싶던 라탄 공예. 그러나 나는 결국 라탄 공예를 그만두었다.



1. 손이 엄청나게 아프다.

- 유튜브를 보면 사람들이 환심을 엄청나게 쉽게 구부리고 움직인다. 환심의 종류가 달라서 그런 건지 나는 충분히 물에 적셔줬음에도 불구하고 환심이 단단했다. 게다가 6~70CM 길이의 나뭇가지를 4개는 가로, 5개는 세로 이런 식으로 겹쳐서 시작하게 되는데... 이걸 고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길이가 길어서 그런지 컨트롤하는 데 무리가 있다. 모양을 예쁘게 하려면 적당히 힘을 줘야 된다는데, 적당히 힘을 줘서는 환심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손으로 꽉 쥐고 환심을 구부리며 모양을 잡아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손아귀 힘을 필요로 한다. 한 번 만들고 날 때마다 엄지와 검지 사이가 얼얼했다.


2. 작업 공간이 없으면 힘들다.

- 공부하던 책상에서 주로 작업을 했다. 바닥에서 하자니 자세가 너무 구부정해서 안 될 것 같고, 처음에 고정을 해야 하니까 책상에 환심을 올려두고 했는데 바구니를 만들려면 긴 길이의 환심이 필요해서 책상이 그 길이를 커버하지 못한다. 게다가 어쨌든 나무라 그런지 만드는 과정에서 먼지가 많이 난다. 또 환심을 물에 담가 충분히 적신 후 사용해야 하는데 집에 있는 샐러드볼 같은 건 크기가 작아 제대로 적셔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환심이 마르지 않도록 분무기로 뿌려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다 보면 책상이 흥건하게 젖어있다.


3. 막상 만들고 나면 쓸데가 없다.

- 처음에야 좋았다. 향수를 담을 바구니를 만들고, 사무실에서 쓸 티코스터도 만들고. 주변에서도 좋아했다. 하나 만들어서 선물해달란 소리도 많이 하고. 그렇지만, 내 방의 모든 물건을 라탄 공예한 물건으로 채울 수도 없는 일이고. 선물했을 때 좋아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쓸데가 없었다. 물론 이건 내 실력이 그저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한 달도 채 이어나가지 못하고 나는 결국 라탄 공예를 그만두었다. 여전히 환심이 남아있지만, 라탄 공예는 정말 내게 한 순간의 취미에 불과했던 건지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 의욕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새삼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집과 사무실 곳곳에 남겨둔 내가 만든 라탄 소품을 볼 때마다 내가 이런 취미도 가졌었지-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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