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켜
둥둥 내 주위를 떠다니는 일요일이다.
두 남자에게 발목 잡혀
밀린 숙제들이 쌓여가고
할 일을 미루지 못하는 성정인 나는,
꾸역꾸역 밀려 올라오는 화를
후끈한 날씨로나 타박을 하다가
나도 모르겠다.
아침은 먹었고, 냉장고를 열면
굶어 죽진 않을 것이니
지금부터 두 남자가 알아서 하겠지.
노트북 가방에 숙제 관련 품목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카페 마감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을 양으로 도망쳐 나왔다.
내 생각의 부표들을 묶어 놓은 것 같은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빈 화면과 마주한다.
'글 쓰는 시간은 훔친 시간'이라고
다니엘 페나크의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글 쓰기를 강조하시던 교수님의 말씀처럼
의무들은 잠시 접어 두고,
용감하게 오늘을 훔쳤다.
깜박깜박 커서가 말한다.
"주인님! 준비되었습니다."
무언가는 써지겠지
이제야,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