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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차라리 혼자 갈래요

by 민휴


저녁형인 데다

농장에서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아

숙제가 밀려 밤 1시가 넘어도

잠들지 못한다.


엄마가 잠들지 않으면

절대 안 자는 둘째가

그 시간까지 깨어 있다.


신경의 큰 줄기가 둘째에게 뻗쳐 있으니

마음이 급해져 집중도는 떨어지고

늦게 잠드는 둘째가

늦게 일어나는 악순환이다.


아파트 뒷산에 어싱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남편과 함께 답사를 다녀왔다.


요즘 떠오르는 어싱이

숙면에 도움을 줄 것 같아

규칙적으로 걷기로 했다


티끌하나라도 제 몸에 묻으면

기겁하는 둘째가

신발을 벗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신발을 벗고

시범을 보여도 망설인다.

"안 돼요! 발에 흙 묻어요!"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오늘은 흙을 밟으려고 왔잖아~."

사전에 설명한 내용을 복기시킨다.


잠시 망설이던 둘째가

큰 결심을 한 듯 말한다.


"그럼 혼자 운동하고 올게요?"

"혼자? 어디서?"

"차라리, 혼자 호수공원 돌게요."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어서

운동 다녀오라고 해도

엄마랑 같이 가야 된다고

꿈쩍도 않더니만...


둘째는 맨발로 한 시간 걷더니

다시는 안 오겠다고 한다.

사탕발림 작전 돌입해야겠다.



* 세 번째 동시집 [꽃들이 하는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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