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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Aug 26. 2023

특등이 피었습니다

2023년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 (샘터, 2023)을 읽고

제45회 샘터 동화상은 강난희 작가의 「특등이 피었습니다」, 제스 혜영 작가의 「리광명을 만나다」, 오서하 작가의 「연두색 마음」이 실렸다.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는 감동이 가득한 동화책이었다.      


동화 작가이면서 샘터 동화상 심사위원인 홍종의 선생님은 「추천의 글」에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달라도 세 편의 동화의 바탕이 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힘듦과 슬픔을 다독여 오히려 희망으로 바꿔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동화의 힘이며 우리가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라며, 세 동화를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해석했다.     



장애를 가진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인 과거

강난희 작가 : 「특등이 피었습니다」

(툭 튀어나온 등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의 향기로운 마음)     


준이 할아버지는 등이 동글동글 혹이 튀어나왔다. 동네 사람들은 ‘툭등네’라고 부르지만, 준이는 할아버지의 등이 ‘특별한 사랑의 등’이라고 생각한다.

준이는 할아버지 등에 업혀 자랐다. 할아버지는 준이가 자라면서 자전거를 배워 자전거에 태워주셨다. 학교에서 시를 배우는 준이는 할아버지와 제법 말이 통한다. 할아버지의 등이 동글동글한 것은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뜻, 할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말”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감나무의 감꽃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해거리’를 설명해 준다. 감나무는 ‘스스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다. 할아버지가 아픈 것도 ‘해거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기도한다.   


   

할아버지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준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작약, 감꽃, 상강, 해거리 등 우리 고유의 정서를 알려 알려주는 내용들이 할아버지와 준이를 더 끈끈한 정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 할아버지 이름이 적힌 문패의 눈을 털어내는 준이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다.      




편견 없이 북한의 아이를 대하는 현재

제스 혜영 작가의 「리광명을 만나다」

(다르게 살아온 남한 아이와 북한 아이의 하나 되는 마음)    

 

몽골인인 초록이는 아버지가 의료 봉사로 간 북한에 따라간다. 아버지의 친구의 아들인 리광명은 또래다. 함께 바다에 간 초록이는 해변에서 그림을 그린다.

장마당에 가자는 광명을 따라간다. 낙지 순대를 파는 광명이 엄마는 초록이 아버지가 눈수술을 해 줘서 눈이 보이게 되었다며 초록이에게 고맙다고 한다.

전투 훈련 중에 동굴로 피신해 낙지 순대를 먹는다. 낙지 순대는 오징어 속에 야채를 넣어 만든 것이다. 동굴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광명이가 어머니가 눈을 뜨면 보여드리려고 그려 놓았다고 한다. 초록이는 몽골인이 되어 북한을 방문해 리광명을 만난다. 또래인데도 리광명은 어른스럽다.  


    

“복사하고 붙이기만을 반복하던 아빠의 일상에 영미이모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온 빈 종이와 같았다” 그렇게 초록이의 아빠는 그 빈 종이에 십 년째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시작된 무료 안과 진료와 백내장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는 이토록 멋지게 묘사했다.    

  

달달 볶는 미술 선생님과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북한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초록이가 사랑스러웠다. 자연스럽게 그려진 장마당 풍경과 동그란 오징어에 야채를 넣어 익힌 낙지 순대도 생소했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도 척척 하는 리광명도 대단하고 해변과 동굴 등 아름다운 풍경이야기와 그림도 좋았다. 북한의 리광명과 남한의 초록이가 스스럼없이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분단 상황이라 가 볼 수 없는 우리의 북한 땅을 책으로나마 가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의 미래

오서하 작가의 「연두색 마음」

(연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의 손자 로봇이 배워 가는 마음)


할머니의 손자가 되는 것이 임무인 로봇 ‘연두’는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최신 로봇이다. 음식도 먹을 수 있다. 할머니의 행복한 마음을 입력하고 배운다. 할머니와 동네를 산책하다 진돗개를 만난다. 자신이 담겨서 왔던 빈 상자를 보고 할머니가 자신을 반품하겠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상자에 들어가 전원을 끄려고 한다. 그때, 할머니가 연두를 찾는다. 스스로 배우며 업그레이드되며, 감정을 알고, 가족처럼 대하게 된다.  


    

로봇이 손자의 역할을 대신한다. 핵가족 시대에 독거노인을 위한 보호 로봇인가 했는데 오히려 할머니가 돌봐 주고 싶은 손자의 역할이 로봇의 임무였다. 로봇은 할머니의 행복한 마음을 입력하여 스스로 배운다. 감정을 학습하고 이별을 예감하고, 사랑을 느끼는 등의 최신 로봇이라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미래에 변해갈 모습을 동화로 미리 만난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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