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농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휴 Oct 23. 2023

슬기로운 벌레 생활

복숭아나무 가지치기와 유인작업을 한 달째 이어오고 있다. 블루베리 하우스 일도 틈틈이 해야 해서 시간이 예상외로 많이 걸렸다.


복숭아나무를 유인줄에 묶으려고 보면 나뭇가지에 하얀 알들이 보인다. '갈색날개 매미충'이다.


주로 1년생 어린 나뭇가지에 알을 낳고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나무의 생장에 피해를 준다. 알은 나뭇가지를 파고들어 가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벌써, 연한 나무줄기를 골라 깊고 안전하게 알을 낳아 놓은 모양이 감탄스럽다. 남편은 나뭇가지를 잘라서 전정가위로 촘촘하게 자른다. 


나무가 죽으면 알도 그냥 죽는다고 말해도 귀한 나무에 알을 낳아서 용서가 안 되는 모양이다.


평소 같으면 "자기들도 살려고 애쓰는 것"이라며 시큰둥 넘어 살 상황인데 복숭아나무를 무척 사랑하나 보다.


벌레들은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뭇가지 속에 알을 낳고, 눈처럼 하얀 가루로 덮어서 보호해 놓았다.  그런 노고를 짐작이야 하겠지만, 복숭아나무를 키워야 해서 벌레알들이 보이는 가지는 잘라야 맞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