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를 유인줄로 묶어 주고 한 동안 다른 작업을 하느라 살피지 못했다. 풀을 베고 병해충 방제를 하면서도 유인줄이 나무의 살을 파고드는 줄을 미처 몰랐다.
나무가 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밭 전체를 둘러보았다. 파이고 꺾어진 나무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무지하고 매정한 사람들이 우리였다.
묶어 준 다음에 잘 살펴보라던 전문가의 조언을 블루베리 하우스에 매달려 있느라 또 놓쳤다.
유인줄을 조절하고 상처 난 부분에 은박스펀지를 대주는 작업을 했다. 땀나게 일하는 부모와 상관없이 조잘거리며 놀던 둘째가 잠잠해서 돌아보니...
바닥에 떨어진 나무를 주워 이미 꺾인 부위에 고정하여 붙잡고 있다. 한참을 낑낑대며 나무를 잡고 서 있다.
"이러면 안 될까요?"
둘째의 애절한 눈빛을 보며 나무들에게 더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