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 유병록 산문집 『안간힘』(창비, 2020)을 읽고

by 민휴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산문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그립소』를 펴내며 꾸준히 독자층을 확보한 유병록 작가의 산문집이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슬픔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소중한 것을 다시 잃지 않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이라는 띠지의 말처럼 슬픔을 맞은 작가가 어떻게 삶을 이어 나가는지를 기록한 통한의 고백서이다.

삶은 언제나 순항하는 여객선이 아니라, 온 힘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 돛단배쯤으로 생각했다. 늘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안간힘”이라고 표현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읽기를 추천받았을 때, 제목이 너무 좋아서 곧장 주문했다.

20개월의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먹고 자는 행위도 치욕스러웠다고 한다. 소리소리 지르며 울어봐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줌 재가 된 아들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살 펴 주셨던 할아버지의 무덤가에 뿌리며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우리 아들 잘 좀 부탁드려요. 아직 말도 못 배웠는데요, 저 어릴 때처럼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알려주세요”(「슬하」 중에서)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목이 메었다. 기어이 참고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치욕의 힘으로」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내 안에 가득 찬 슬픔을 밖으로 퍼내는 일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적고 있다. 슬픔을 뒤로 미루고 먹고, 잠이 들고 만 자신을 미워했다.

“치욕스러움에 사무치는 때가 있다. 밥을 먹는 게 치욕스러울 수도 있고 잠을 자는 게 끔찍할 때도 있다.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게 치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견뎌야 한다. 그 치욕을 견디고 살아가야 한다. 치욕을 견디고, 나아가 치욕의 힘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적고 있다. 마치, 피를 토하듯 세상 그 어떤 것,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을 잃은 작가가 치욕을 견디며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조심스러웠다.

「침묵의 온도」에서 “내 가슴 아픈 일을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사람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침묵은 외면이겠지만, 어떤 침묵은 그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다.”라고 썼다. 아이가 사용했던 침대를 필요한 곳에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심경을 적었다. 아이가 숨을 쉬고, 잠들고 깨어났던 침대를 치우는 그 처참한 심경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위로를 찾아서」에서는 “위로가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으러 가야 한다. 위로가 어디선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위로는 주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수도 있고, 새로 만나게 될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영화관이나 산책로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라고 적고 있다. “아직 위로를 받고 싶은데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상처가 될까 봐서 말을 꺼내지 않는 배려를 발휘했기 때문에 위로가 그리웠던 것이다.

「누군가 이미 겪은 고통」에서 글쓰기와 비명의 공통점을 이렇게 적고 있다. 요약하면

⓵ 고통을 줄여준다.

⓶ 잊지 않기 위해서

⓷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려고

⓸ 상처를 바로 보면서 치유하기 위해서

⓹ 같은 고통을 겪게 될 이들을 위한 것


“커다란 고통은 우리를 집어삼키려 한다. 그러나 그 고통은 전에 없던 것이 아니다. 이미 누군가 겪은 고통이다. 또다시 나에게 없는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와 같은 고통을 먼저 겪은 이들이 남긴 글을 읽을 것이다.”, “그 책에서 위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라고 안간힘을 다해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슬픔과 함께」에서 “슬픔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서야 물러선다. 필요한 만큼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든 여전히 슬픔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라고 적었다. 아이와 함께 생활했던 집의 계약이 끝난 후에도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 보인다.

「아내의 얼굴」에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말하는 법도 다르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노력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 꼭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라고 쓰여 있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해 보면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따뜻하다」에서 대학 졸업식 날 아버지 입에 쌈을 싸서 넣어드리고 아버지 덕분에 공부 잘 마쳤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아버지를 안아 드렸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훈훈했다. 유병록 작가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나은 사람」에서 “나는 아들을 잃었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제 행복한 날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행복 대신 보람이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과의 약속일 수도 있겠으나,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들과의 약속으로도 읽힌다.



앞에서 말했던 치욕을 견디면서까지 해내야 할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글을 통해서 작가가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아는 바른 성격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마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인 그가 슬픔을 이겨내고 스스로 바라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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