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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y 17. 2024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이팝나무가 사그라들 무렵, 아카시아가 길을 덮고 떨어져 내렸다. 흰색 꽃길을 밟기가 조심스럽던 날들이 지나고 찔레꽃이 피었다.


 

꽃들은 제 자리를 찾아 터를 만들어 피어난다. 농장 진입로 양옆으로 금계국이 한 송이씩 피어나고 있다. 꽃들은 마치 각각 생일이 순차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피어난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를 마치고 십리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찔레순을 꺾어 먹던 옛날에는 온갖 자연이 먹거리였다. 보리알을 구워서 비벼 먹거나, 오디를 따 먹었고,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은 무를 뽑기도 했고, 고구마를 캐기도 했다. 길가의 밭들은 손대기 쉬운 것이어서 어른들도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찔레꽃을 볼 때면 그런 유년이 떠오른다.




[감자밭]


감자싹은 굵은 한 줄기만 남기고 잘라 주었다. 한 줄기만 남겨도 괜찮을까 걱정했었는데 금세 큰 무더기로 변했다. 더 크게 자라려고 스스로 힘을 내는 것 같다.



감자꽃이 피면 모두 따 줘야 감자알이 굵어진다고 한다고 엄마가 또 알려 주셨다. 연보라색 감자꽃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감자에게도 실천해 줘야 한다. 사람도 감자도 삶의 이치가 비슷하다. 사람이 작물을 키우면서 자신의 삶을 대비시킨다는 것이 더 경이롭다.



"자주꽃 피면 자주감자, 하얀 꽃 피면 하얀 감자"라는 동시를 썼던 권태응 님의 시에 따르면

 연보라색 감자가 나와야 되는데 무척 궁금해진다.



둘째는 감자를 빨리 캐야 외할머니께 가져다 드릴 텐데 감자는 안 캐고 다른 일만 하는 엄마에게 빨리 감자를 캐자고 성화다.



[블루베리]


열매가 무거워서 가지가 둥그렇게 쳐진다. 반듯하게 세워 줘야 된다는 말을 또 놓쳤다. 다른 일이 하도 많아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열매가 화분에 닿으면 잘 읽지 않고, 청결하지 않기 때문인 줄만 알았다. 구부러진 줄기에서 잎눈이 돋아나서 새잎이 자라났다. 도장지가 생기지 않도록 묶어 줘야 된다는 것이었다.



봄에 가지치기했던 나무들은 빽빽하게 새순을 올리며 자랐다. 가운데 부분의 새순을 뜯어 줘야 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새순은 건드리지 말고, 줄기에서 나오는 새순 중 가는 것들을 제거한다. 가운데 부분을 비워서 통풍이 잘 되도록...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전문가는 결코, 한꺼번에 알려 주지 않는다.



화분 위로 수시로 올라오는 풀들을 보이는 대로 뽑아내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블루베리 하우스로 가면 할 일이 있다. 어떤 날 지인분이 오셔서 블루베리 화분의 풀 뽑기가 재미있다고 양손 가득 풀을 뽑아 들고 나오셨다. 나로서는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가끔 놀랍게도 많은 자손을 퍼뜨려 놓은 화분을 만난다. 눈에 띄었으면 뽑혔을 텐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아이러니다. 속성 과외라도 받는 건지...



[복숭아]


복숭아 열매솎기가 한창이다.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계속 열매솎기만 한 것은 아니다. 블루베리 작업과 병해충 방제와 겹쳐서 일의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 열매솎기를 끝내고 봉지 싸기를 해야 해서 마음이 급하다. 부지런한 주인을 만난 복숭아밭벌써 봉지를 곳도 보였다.



복숭아 열매가 벌써 탁구공처럼 자라고 있어서 따내기도 아깝다. 위치와 간격을 보고 따야 하는데, 따려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좋은 경우가 있다.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큰 열매를 따기는 아까워서 망설이게 된다.



잎들이 자라나고 있어서 열매를 가려서 솎기가 더 어렵다. 꽃이었을 때 많이 솎아 준다고 했는데도 열매들이 많이 보였다. 측지에서 올라온 도장지들을 자르는 순 지르기를 해야 열매들에 햇볕도 잘 들고 통풍도 될 텐데 순 지르기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열매가 제법 자랐는데 따내기가 너무 아깝지만 나무를 키워야 해서 올해까지는 최소한만 열매를 남기고 따주었다. 올해는 수확에서 판매까지 연습 마지막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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