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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y 24. 2024

금계국 환한~

농장 가는 길

노란 금계국이 길을 열어 주는 계절이 왔다. 꽃길을 지나 농장으로 들어서며 마음이 환해진다. 지인들이 그렇게도 "꽃길을 걸어라"라고 빌어 주더니, 덕분에 꽃길을 지나게 되는 것 같아 고마워진다. 농장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근처에서 있었던 고인돌축제장의 꽃구경도 못 갔는데 농장을 드나들 때마다 금계국으로 소원풀이 한다.




[블루베리]


한 알씩 익어가는 블루베리 열매들 중 한꺼번에 익고 있는 열매가 가끔씩 보인다. 색깔은 보랏빛이지만 줄기를 보면 초록색이라 따기엔 이르다. 가만가만 소리 없이,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고 있는 블루베리를 매일 들여다본다. 오늘은 두 개가 더 색깔이 변했다. 야호!!!



나무를 키우려고 강하게 가지치기를 했던 품종의 열매가 굵게 달렸다. 본격적으로 수확할 두 줄의 블루베리는 열매들이 많이 달린 관계로 열매가 잘다.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왕초보만 모르는 비밀인 듯 ㅠㅠ



크고 작고, 조금 상처가 있고, 늦게 익는 알이 있어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 열매가 달렸다고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상처가 보인다. 그 상처는 누구의 손길일까를 놓고 서로 모르쇠 중이다~



수확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로컬 등록, 농장이름 정하기, 포장 주문하기, 스티커제작 등 잘 모르는 일들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농장일 하는 것도 벅찬데 배우지도 않는 단원이 시험에 나온다고 하는 것 같은 막막함이 든다.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 나열한 일들도 모두 하기는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떨릴 뿐이다.




[복숭아]


남편이 풀과 전쟁을 치르는 사흘 동안 혼자서 열매솎기를 마쳤다. 최종적으로 과일이 될 열매만 남겨야 한다.

기둥 옆과 결과지 끝쪽, 등에 달린 열매들은 모두 제거해야 된다. 처음 하는 공정이라 세심한 작업이 요구되었다. 남겨 놓은 열매에 햇볕이 잘 들도록 방해하는 가지들을 제거했다. 복숭아나무가 엄청 잘 자라는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 순이 자라서 복잡해진 가지를 정리하는 첫 번째 순 지르기를 마쳤다.



순 지르기와 열매솎기를 마치고, 봉지 싸기를 했다. 복숭아 농사 베테랑 선배께 가지를 잘라서 가져갔다. 말로 듣는 설명보다 시범을 보고 싶었다. 복숭아 열매를 감싸서 나뭇가지를 함께 묶어야 열매가 떨어지지 않는다.



1. 열매 아래부터 봉지를 끌어올린다.

2. 나뭇가지 위에서 봉지의  양쪽을 오므린다.

3. 철심이 든 오른쪽을 왼쪽과 90도로 겹친다.

4. 오른쪽 철심을 뒤쪽으로 세게 접는다.

5. 봉지 모양을 점검한다.



봉지를 싸면서도 육안으로 확인되는 흠이 보이는 열매들은 제거한다. 주지와 측지에 달린 열매, 간격이 너무 가깝거나 등 쪽에 있는 열매, 상처가 보이는 열매도 따내야 한다.



난생처음 해보는 과일열매솎기와 봉지 씌우기 작업이  또 이렇게 내 적성에 딱 맞는 공정일 줄이야. 5단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신나게 일했다. 손으로 매만지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열매솎기와 봉지 싸기가 재미있었다.



첫날은 1,600개를 다. 이튿날은 2,000개를 넘겼다. 엄청 많이 한 것 같지만, 웬걸... 선수들은 하루에 3,000장도 넘게 포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프로의 세계다. 나도 내년에는 도전해 봐야겠다. 올해는 나무를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열매를 조금씩만 남겨 놓아서 열매를 찾아가며 봉지를 쌌다. 온몸이 아프도록, 손가락이 아리도록 봉지를 싸 놓았더니, 보물을 꽁꽁 숨겨 놓은 것처럼 든든하다.  봉지싸기 사흘째,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는다. ㅠㅠ



열매들이 커가고 있다. 매일 아침, 서둘러 농장에 가려고  기상 시각이 당겨지고 있다. 몸은 힘들어도 꽃길을 가는 환한 날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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