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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n 07. 2024

우렁각시 놀이 중~~

바쁜 중에도 짬짬이로 농장 주변을 가꾸는 일들을 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핑계인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나가는 보람이 피곤도 잊게 한다. 안쪽 하우스 수로에 플라스틱 관을 깔고 언덕 쪽에 부직포를 까는 작업을  마쳤다.



남편이 없는 틈에 블루베리 하우스 입구에 부직포를 깔았다. 메인 하우스인데 매번 차량이 들락거리며 작업하다 보니 직포가 벌써 낡아져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다른 일들로 늘상 바빠서 그 일을 하지 못했다. 하우스를 들락거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문 앞에 달아야 할 방충망을 어렵지 않게 달고 났더니, 바닥이 더 깨끗하지 않게 보였다. 새 옷에 헌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찜찜했다. 방충망은 길이에 맞게 재단해서 위쪽은 사철로 끼워서 고정하고, 아래쪽은 묵직한 쇠막대를 감아서 케이블 타일로 고정했다. 걱정하던 일을 해결하고 나니, 바닥에 부직포를 까는 작업이 더 시급해졌다.



바닥이 평편하지 않아서 고운 흙을 퍼다가 바닥의 수평을 잡았다. 입구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문쪽은 높게, 하우스 안쪽은 반득하게 만들어 부직포를 깔았다. 고정핀을 박는데,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땅이 엄청 단단해졌다.



디귿자 고정핀을 꼭 붙잡고 한없이 망치질을 했다. 1mm라도 들어가겠거니 생각했다. 집에 있는 둘째를 달래 듯 다른 방향으로 구부러지지 않도록 꼭 붙잡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둘째를 다독일 때도 오늘의 망치질을 생각해야겠다.



망치질을 얼마나 했던지 허리랑 어깨랑 너무 아팠다. 입구가 단단하도록 쓰지 않는 고무발판을 깔고 흙을 덮어 단단하게 만들었다. 온 힘 다해 부직포를 깔아 놓으니 옆의 땅들보다 너무 깨끗해서 신발을 신고 다니기 아까웠다.



입구 앞쪽도 부직포를 깔고 자갈까지 덮어서 높이를 맞춰 놓으니 이제야 말끔하게 일체형이 되었다. 남편은 내가 힘들게 해 놓은 일을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못 볼 수가 없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하냐고 하면, 자기도 보았고, 마음속으로 칭찬했단다. 아휴... 그래서 그냥, 혼자 생각한다. 우렁각시 놀이 중이라고...




[블루베리]


블루베리 묘목을 심었다가 1000주 이상을 살리지 못한 경험이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물관리 온도관리를 잘 못해서 서서히 죽어가는 블루베리를 슬프게 보냈었다. 다시 묘목을 심고 나무를 키웠다. 블루베리 농사 시작한 지 올해 3년째다.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맨 처음 부모님께 블루베리를 드렸었고, 농원이 커나갈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분들께 드렸다. 집 근처에 사시는 지인분이 주문해 주셨다. 배달료 없이 직접 가져다 드릴 수 있고, 그 덕에 얼굴도 뵐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수확하고 맨 처음 판매한 것이라 마음이 먹먹했다. 우리가 블루베리와 복숭아 농사를 짓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 수확기에 주문해 주시는 마음이 감사했다. 남편과 함께 오만 원권을 코팅해 놓고 싶다는 말을 했다.



블루베리 화분에 흙을 채우고 배치할 때, 고생이 많았던 둘째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샀다. 블루베리 팔아서 산 고기라고 했더니 더 맛있게 먹는 것 같다. 오늘은 큰아들한테 보내는 택배에 처음으로 블루베리를 넣어서 보냈다. 우리가 기른 블루베리를 먹어 보고 전화할 아들의 목소리가 벌써 기다려진다.




[복숭아]


남편은 3년 생 복숭아나무 중 일부를 캐냈다. 새로운 품종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이 지역에서는 잘 심지 않는 품종이라 검증되지 않았는데 괜찮을까 걱정되었다. 이미 3단까지 자란 나무 25그루를 포클레인으로 캐 내고, 웅덩이에 거름을 뿌려 흙을 섞어 놓았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고 한다. 애초에 복숭아나무를 심을 때도 좋다는 신품종을 심었는데, 종류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싶다고 한다. 수확기도 조생종을 더 늘려서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계획으로 과감하게 시도한 일이다. 복숭아만 생각하면 그렇지만, 블루베리 수확기와 겹쳐 있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남편은 삽으로 흙을 떠서 언덕을 고르게 만들면서 나무 심을 곳을 다듬었고, 나는 철골주위의 풀을 매면서 굵은 흙들을 잘게 부수는 작업을 했다.



말끔하게 깎아 놓았던 풀들은 10 여일 만에 다시 기운을 차려서 바닥을 점령하고 있다. 도장지를 정리하고, 3단 가지들의 묶음을 다시 해 줘야 하고, 2차 순 지르기도 해 줘야 하고, 병해충 방제도 해야 한다. 블루베리에 비해서 복숭아가 훨씬 더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는 것을 알겠다. 빈 구덩이에 포트묘를 심어서 다시 키워내야 하는 모험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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