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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n 21. 2024

씨앗 터지는 소리

이유 있는 아우성


[블루베리]


괭이밥 씨앗주머니가 노랗게 변했다. 제초매트 경계의 기둥 때문에 부직포를 깔지 못한 곳이 네 줄이다.



바닥의 괭이밥을 뽑으려니 토독토독 자잘한 소리가 들린다. 라디오를 항상 켜고 있어서 처음에는 비닐하우스에 소나기가 내리나 생각했다. 괭이밥을 뽑을 때마다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죽어가면서 지르는 괭이밥의 비명이었다. 살고자 씨앗을 퍼트리는 행위에서 또 둘째를 생각한다. 부쩍, 제 목소리를 높이며 고집이 세진 둘째도 살고자 내지르는 자기만의 표현방식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괭이밥 터지는 소리는 콩이나 팥의 그것보다는 미세하지만 분명, 너무도 사랑스러운 소리였다. 둘째의 표현 방식도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엄마였으면 좋겠다.





블루베리 화분에 풀들을 뽑아 주었지만, 금세 또 자라 있는 풀들이 놀랍다. 나무속에 숨어 있다가 나무보다 더 크게 살아있는 풀을 발견할 때면 저절로 '그래! 네가 이겼구나' 싶다.




퍼트리려  씨앗부터 만드는 풀들도 지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숨을 곳을 찾아 자라고, 사람들 안보는 틈에 쑥~ 자라 있는 풀들이 너무 지혜로워 보인다. 공중대와 명아주, 괭이밥이 잘 퍼져나가는 화분이다.




[복숭아]


숭아 밭에는 풀이 열심히 크고 있고, 가지의 등 쪽에서 자라는 도장지가 너무 많아서 남편은 가지치기용 트리머를 구입했다. 가위나 손으로 잘라주기는 너무 힘들어서 톱니바퀴가 달린 장비로 쓱~ 지나가면 잘리는 기계를 샀다.





3단의 묶음줄을 풀어서 다시 묶어야 한다. 봉지 싸기를 하면서 묶은 줄을 다시 잡아서 고정해 주었지만, 그새 또 가지들이 자라서 측지로 뻗은 가지들도 묶음줄을 옮겨 주어야 한다.



어떤 농가에서는 과일 달린 나뭇가지가 무게 때문에 꺾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나하나 묶어준다고 했다. 전체 공정을 모두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새로운 일거리가 툭하고 떨어져 나온 것 같아서 막막한 심정이다.



봉지 싸기를 해 주었던 복숭아들이 팽팽하게 살이 차오르고 있다. 그렇게 크다가 저절로 봉지가 터져야 색깔이 곱다고 한다. 복숭아밭 여기저기 흰 봉지들이 날아다녔다. 새들이 봉지를 떼어내고 복숭아를 떨어뜨려 놓았다. 봉지 속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 사랑스럽고 기특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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