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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n 28. 2024

맛있다는 참 좋은 말

블루베리, 복숭아 수확기를 보내며


농부가 되어 흙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해 4년 차가 되었다. 블루베리도 복숭아도 올해 첫 수확이 나와서 판매를 했다. 물량이 많지 않아 농협 컬푸드에 출하하기도 어중간했다. 나무를 키우기 위한 강전정으로 열매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블루베리와 복숭아를 키운다는 것을 알고 주문해 주신 정말 너무나도 감사한 분들 덕분에 첫 수확한 과일들이 좋은 분들께 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블루베리와 복숭아를 드시고 "맛있다. 더 있느냐?"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격스러웠다. "맛있다"라는 말이 이렇게 감사하고 좋은 말인 줄 다시금 배워가는 시간들이다.



블루베리를 수확할 때는 새벽에 출발해서 5시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혼자 수확하고 선별해서 포장하고, 택배회사까지 가져다주었다. 해가 어두워져서 일하기 어려운 시각까지 일을 하다가 배달이 가능한 곳에 사시는 지인들께 배달까지 마치고 나면 1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택배비라도 줄여 드리려고 했던 일로 인해 무리가 되었다.



잠은 부족했고, 먹는 것은 부실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을 실감했다. 밥 먹을 생각도 잠 잘 생각도 없었다. 덕분에 체중계의 바늘이 아래로 아래로 향했다. 오로지 수확한 블루베리와 복숭아를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이렇게 생산에서 유통까지 긴 여정을 겪고 보니, 내 경우에는 생산과정이 훨씬 더 쉽게 다가왔다.



내 몸이 지치고 힘들어도 품질 좋은 과일이 생산되는 기쁨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좋은 과일들을 지인판매로만은 분명 한계가 있다. 올해는 시범으로 실시해 보는 일이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수확을 해 내야 할 텐데 다양한 유통구조를 만들어가야겠다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블루베리 수확은 거의 끝나가고 있고, 복숭아 수확철이 다가왔다. 조생종을 수확하는 시기를 놓쳐서 급하게 복숭아를 땄다. 어떻게 팔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지인분이 주문을 받아 주었다. 원래는 그렇지 않은 품종인데 조금씩 무른 곳이 생겼다. 단단한 것만 골라서 판매하고, 무른 것을 좋아하는 분들께 싼값에 판매했다.



의외로 무른 복숭아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추가 주문이 많았는데, 너무 무른 것은 판매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7월 말에 수확이 시작되는 복숭아를 드리기로 했다. 무른 것으로 쨈도 만들고, 주스도 만든다는 친구들한테 한 상자씩 주었고, 덤으로도 많이 나갔다.



농사의 전체 과정에서 처음 하는 일이라 이런저런 실수가 많이 생겼다. 수확도 마찬가지였다. 수확기를 잘 몰라서 과일을 나무에서 익게 만드는 큰 실수를 했다. 1년 동안 힘들게 농사를 지어 놓고도 수확을 제대로 못하는 실수를 내년에는 아니, 다음에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품종들은 잘 살펴서 제때에 수확해야겠다.



내일은 조생종 단단한 소과이면서 달고 맛있기로 소문난 대극천을 수확한다. 대극천은 택배도 가능해서 복숭아 택배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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