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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n 14. 2024

6월의 단상

수확의 계절

농장 옆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오전 일을 마치고 은행나무 아래에 휴대용 식탁을 펴고 점심상을 차렸다. 시간은 늘 2시가 넘게 된다. 점심 이후, 무더위에는 쉬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뒤로 미뤄가며 일을 한다.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면 물빛도 초록이 된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에 소풍 나온 아이처럼 내 마음도 초록빛으로 변한다. 사방이 초록인 마당에 내 마음도 물들 수밖에...



감자를 캘 시기가 되자, 최 회장님이 득달같이 전화를 하셨다. 로컬에 감자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너도 내 보라는 것. 로컬에 출하약정서를 작성하고, 심사기간 1주일을 기다렸다. 3Kg 상자를 구입하고, 감자를 캤다. 상처가 없고 모양 좋은 것들을 골라냈다. 크기별로 선별한 뒤 박스에 넉넉하게 담아 비닐을 덮었다.



포클레인을 임대해 복숭아 묘목 심을 구덩이를 파고 온 남편이 펼쳐 놓은 감자들을 보며 놀란다.



"우리 엄마가 감나무 과수원을 30년 넘게 하셨잖아요. 선별하는 장면을 얼마나 많이 보았게요. 이 정도는 완전 껌이지요."



손끝 야무지시고 눈썰미 좋으신 최 회장님은 감박스에 대충 감을 담고 저울을 재면 무게가 거의 맞았다. 감 한 두 개의 오차만 있을 뿐이었다. 생활의 달인 지경이 되셨다.



감자는 언제 캐는 거냐는 물음에 캐야 할 감자는 이파리가 노래진다고 알려 주셨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던 감자는 밑이 많이 들지는 않았고, 개미들이 많았다. 개미들이 감자에 상처를 내놓아서 로컬에 낼 수 없는 것은 우리 몫이다. 좋은 것들만 모아서 감자 박스를 만들었다. 첫날도 이튿날도 가장 작은 박스 하나씩 남기고 모두 팔렸다는 문자가 왔다. 맨 처음 우리의 수확물은 생각지도 않았던 감자가 되었다.



블루베리 열매가 많이 달려서 가지가 아래로 처졌다.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세워서 고추 지주대를 이용해 양말끈으로 묶어 주었다. 포도송이 같은 가지를 추켜 들면, 굵은 알이 한두 개 보인다. 그것을 따 줘야 다른 열매들이 또 커진다. 그런 수확의 절차를 하고 또 하고... 그렇게 찾아다니며 크게 잘 익은 것을 따내야 해서 한 시간에 2kg 정도 딸 수 있다.



기술센터 소장님께서 농장에 오셨다. 귀농초기부터 정기적으로 들러서 세세히 컨설팅을 해주셨다. 굵은 열매들을 따서 보여드렸다. '특상품'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렇게 굵게 자란 열매는 처음 본다"라고 하셨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컨설팅에 잘 따르고 실천한 최고의 사례라고 하셨다. 대부분 초보 농군들이 실수가 배운다는 목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모두 듣고 다 따라 하려다가 실패하게 된다고 한다. 한두 명을 믿고 꾸준히 컨설팅을 받으며 작물을 키워 나가면 실패할 확률이 더 낮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번 주는 계속 블루베리를 따내는 일을 하고 있다. 굵은 것만 골라서 지인 판매로 조금씩 팔게 되었다.





연일 농원일에 매달리다 보니 씨앗을 넣는 시기를 올해도 놓쳤다. 늦깎이 농부와 다르게 새싹들은 놀랍게 부지런하다.



새싹 중에 가장 맛있는 새싹은 배추 싹이다.



뿅뿅 동그란 구멍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열무에게도 번지고 있다. 풋고추랑 쑥갓, 마디 호박, 마디 오이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벌레들한테 모두 빼앗기 전에 순한 배추랑 열무로 김치를 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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