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휴 Dec 16. 2024

밝음을 붙잡고 싶어 하는 심성

권희표 동시집 『엄마 아빠 손을 잡으면』(청어, 2024)을 읽고


초등학교 안전지킴이 선생님이신 권희표 동시 작가는 어린이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동심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분이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합일된 심성이 돋보인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직접 찍은 사진을 동시집의 삽화로 사용한 부분이 말해 준다. 이 책이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유다.  다음 시를 보자.


 

웃음도 바자회 상품인가 봐요

싱글벙글 시끌벅적 웃고 다녀도

선생님은 방글방글 웃기만 해요

환한 웃음 덤으로 가지라나 봐요     


오늘 바자회 군것질 덤이래요.

아삭아삭 달콤 붕어빵,

졸깃졸깃 맛나 어묵

방글방글 웃음이 절로 나와요

                         ― 「바자회 2」 전문     



어린이들만 봐도 방긋 웃음이 퍼지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아이들보다 더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등하굣길, 운동장 모습, 아이들의 놀이 등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아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된다.   


   

운동장은 아이들만 노는 곳이 아니었다. 초록 잔디밭에 ‘풀잎마다 햇살 품은 아침이슬이’ 등교하는 아이들의 발을 마중한다고 한다. 운동장 잔디 속에는 ‘꽃다지, 민들레, 클로버’도 꽃 잔치에 벌과 나비도 구경을 온다. 아이들의 머리 위에는 고추잠자리가 신나게 날아다니겠다.     



부레옥잠, 괭이밥, 민들레, 씀바귀, 꽃다지 등 자연적으로 피어나는 소소한 꽃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은 어린이들을 꽃으로 대치해서 바라보는  심성이다.   

        


이슬이 내린 아침

운동장 잔디에는

이파리마다 물방울을 안았어요.   

  

반짝반짝

푸른 잔디마다

햇살이

이슬꽃을 가득 피어놓았어요.

                        ― 「이슬꽃」 전문     



이슬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맑은 모습을 모아두고, 붙잡아 놓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남겨진 사진을 통해 초록 풀잎에 매달린 맑은 이슬방울이 살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눈이나 비, 이슬 등 자연현상과 기후 등에 관심이 많다. 모든 상황은 어린이들의 활동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촉을 세우고 관찰하고 안전에 대비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귀나무 잎들은

하룻밤도 흐트러짐 없이

합장하여 밤샘 기도를 드린다.

                        ― 「자귀나무 자애」 일부   

  


밤이면 잎을 닫는 자귀나무를 매일 기도하는 엄마로 승화한 동시는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부모의 마음임을 잘 알기에 크게 공감이 간다.   

   


감사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는 작가의 시를 보자.      


감사하는 마음에 즐거워지고

즐거움을 감사히 즐기다 보면

바라는 꿈은 한발 한발 꼭 이루어지리니

                                  ― 「나아가는 힘」 일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찌 감사한 일만 있겠는가?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은 붙잡고 살다 보면 한 발짝씩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주어진 자신의 상황을 불평하는 마음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을 키워간다면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감사하고 희망적이다.  


    

장애를 지녔어도

난 어떠한 역경에도

밝은 미소를 지켜낼 거예요.    

 

울고 싶음 울더라도

내 밝은 마음을

말속에 피워 올릴래요.   

  

친구들 따사한 마음

내가 쓴 짧은 시 속에

고이 간직 감사하며 읊을래요.

                        ― 「지켜낼 거예요」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밝은 마음을 지키려는 사람은 고도의 마음 수양이 된 사람일 것이다. 배려와 겸손, 감사로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다짐하는 권희표 작가는 마지막 시에서 힘주어 말한다. 맑고 순수한 그 마음을 꼭 지켜낼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맑은 영혼을 가진 권희표 작가가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