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림 작가는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 2011년 황금펜아동문학상 동시가당선되었다. 동화책 『염소 배내기』, 『싸움닭 치리』, 『소리로 만나는 어머니』외, 동시집 『발가락들이 먼저』, 『춤추는 자귀나무』 가 있다. 한국불교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내 마음을 담은 시들을 보자.
-미안해.
꾸욱 입안에
가두어 두었던 말
밖으로 내보냈더니
친구를 데려왔다.
-나도 미안해.
― 「힘」(p12) 전문
(마음은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과 한마디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하나가 될 힘이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과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진실의 힘은 크다. 소중한 친구를 데려다줄 만큼)
흰나비 한 마리,
나풀나풀 담을 넘어오더니
노란 꽃에 앉아서 잠시,
주황 꽃에 앉아서 잠시,
보라 꽃에 앉아서는
날개를 폈다 오므렸다
한참을 머무른다.
보라 꽃에게서는
들어줄 이야기가 많았나 보다.
― 「자원봉사자」(p23) 전문
(흰나비는 자원봉사자가 되어 꽃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살아보니 알겠다.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꽃들이 얼마나 외로울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서 이야기를 들어주니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해 본다. 그 고운 꽃이 나비한테 전했을 꽃의 말이 궁금해진다.)
-이걸 글씨라고 썼어?
-이 정도밖에 못 해?
배추에 소금 뿌리듯
팍, 팍, 뿌려대는
말소금
펄펄 살아 있던 내 기가
팍
죽는다.
우리 엄마 말소금
정말 짜다, 짜.
― 「말소금」(p42) 전문
(글로 읽으니, 말이 정말 짜다는 것을 알겠다. 그래서 엄마의 짠 말을 들으면 짠 눈물을 흘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어른의 입장에서만 심한 말을 할 때가 있다. 어른들이 아이 때도 그랬으면서, 지금의 아이들보다 더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언제쯤 알까」라는 시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다리를 다쳤더니
다리 아픈 사람이
자꾸 눈에 띈다.
301호 누나
열쇠 집 할아버지
과일가게 아저씨…
다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
아픈 다리가
내 눈을 바꿔 버렸다.
― 「이상한 눈」(p48) 전문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라는 것인데,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렇고 보면, 이상한 눈은 이상적인 눈이 아닐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만드니까.)
이런 건 없을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켜지는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기처럼
사람 마음도 꾸욱 누르면 켜지는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이유 없이 나만 보면 쌩
토라져 가 버리는 민주,
꺼진 그 마음 켜 볼 수 있게.
― 「마음 리모컨」(p50) 전문
(나도 무척 갖고 싶은 리모컨이다. 꺼진 마음을 켤 수 있다니 얼마나 따뜻한 리모컨일까? 아이들도 탐날 것 같다. 작가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주위를 환하고 따스하게 만드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별똥별이 쏟아져 내린다고 예쁘다고만 생각했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별똥별도 나도 덤벙이가 맞는 것 같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작가만 온전한 사람이다. “요건 몰랐지?”라며 뒷짐을 지고 ‘흠 흠’ 웃고 있을 것 같다.)
나무젓가락을
둘로 쪼개면
뚝!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의 울림을
따라가면
쿵!
한 그루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 「나무젓가락」(p78) 전문
(나무젓가락에서 한 그루 소나무를 보는 사람이다. 작은 것의 근원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있는지를 생각하는 큰 사람이기에 작은 것의 쓰임을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드러난다. 오늘부터 나무젓가락을 쓰지 못할 것 같다. 한 그루 나무가 떠오르기에.)
토끼장의 토끼를 모두 풀어 주고, 건드리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지렁이, 어리보기 하는 물고기, 여름을 떠메고 가는 매미, 속삭이는 나비, 놀러 나온 방아깨비, 수다 떠는 귀뚜라미, 새끼를 굶기지 않으려는 멧돼지, 엉뚱한 집달팽이…
『엉뚱한 집달팽이』에는 맑은 아이가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대한 세심하게 들여다봄과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애착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나눔과 배려가 두드러진다. 시들이 작가의 크고 넓은 마음을 보여준다.
겨울 초입에 만난 신이림 작가가 구축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담긴 동시집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 신이림 작가님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