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한국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 작가소개에서
동화가 인간 삶의 축소판이고, 삶의 모습을 통해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동화의 품격을 높여주는 시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테마가 있어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책을 통해어른들이동심을 찾으면 좋겠다.
1. 벽돌 담장 아래서 싹을 틔운 나는 세상의 빛깔이 어두워서 실망한다. 걸어 다니는 덩굴인 담쟁이가 담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면 밝은 세상이 보인다고 말한다. 나는 담쟁이처럼 열심히 자라서 담장을 타고 넘어 밝은 곳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2. 아침마다 가슴을 활짝 펴며 자라나려고 애쓰는 나. 담쟁이는 너무 빨리 자라서 나는 점점 위축되어 간다. 나에게 담쟁이처럼 빨리 자라는 줄기도, 힘차게 땅을 짚는 갈고리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3. 나는 담쟁이만큼 빠르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자라난다. 드디어 담장 너머 꽃밭도 보인다. 나도 꽃을 가지고 싶어 진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밝아온다. 어느 날 꿀벌이 꽃잎에 부딪히는 바람에 나에게 꽃이 피었다는 걸 안다. 꿀이 맛있다며 날아가던 벌이 내 꽃잎에 빛깔이 없다고 말해 준다.
4. 내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지나가는 나비나 벌에게 자세히 묻곤 한다. 다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꿀단지는 무척 크고 깊고 달고 맛있는데, 꽃잎이 하도 이상해서 예쁘지 않다고 말한다.
5. 저녁 바람은 꽃잎을 보지 못하고 쌩하고 지나가며 꽃잎에 상처를 내기 일쑤다. 나비랑 꿀벌들이 양껏 꿀을 빨아먹은 뒤에는 자꾸만 아물려 한 상처를 건드려 덧나게 한다. 그래서 그만 오라고 말한다.
6. 나는 더 이상 다치기 싫어서 아무런 색깔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녁 바람이 내게서 씁쓸한 냄새가 난다고 알려 준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괴로워 눈물이 흐른다. 혼자만 괴롭다고 생각했는데 꽃밭의 봉숭아는 진딧물이 달라붙어 단물을 빨아먹어서 힘들다고 알려 준다. 그 말을 해 준 이는 땅 위의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풀이었다. 풀은 나에게 색깔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며 방법을 알려 준다.
“너 자신을 사랑해야 해.”(p60)
7. 빗소리에 걱정되어 풀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세찬 비가 잎사귀를 때릴 때마다 나는 꼿꼿이 줄기를 곧추세운다. 환하고 따스한 햇볕을 그리워한다. 계속되는 비에 뿌리가 드러난 나는 온몸이 으스러지듯 아프다. 멀리 양달의 꽃밭에는 거짓말처럼 환한 햇빛이 드리워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볼품없는 풀이라고 말한다.
8. 나는 어떤 풀이 말해 주었던 소중한 것들을 내 주변에서 찾게 된다.
“아침마다 나는 눈을 뜨고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귀 기울여 듣고, 모든 냄새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셨습니다.”(p79)
참새들의 왁자지껄한 노랫소리, 부지런한 실 개미들, 아련한 청솔 냄새, 새털처럼 일렁이는 흰 구름 떼… 어느 날, 꿀벌이 나의 꿀에서 다시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알려준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이들에게 다정히 인사하고, 살피게 된다. 그들에게도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있고 가끔 힘들어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9. 어느 날 밤, 내 몸의 한 부분이 탁,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눈이 생긴 듯 어둠 속의 사물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혹시, 내 꽃이 색깔이 생긴 것은 아닐까 기대되면서도 어떤 색깔일까 궁금해진다.
10. 아침 바람도 꿀벌도 나비도 나에게 어떤 색깔이 생겼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참으로 그리웠던 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너무 아름다워.”(p100)
태양처럼 샛노랗고, 태양보다 눈부신 꽃이라고 말해 준다.
담장 아래 그늘에서 태어난 나는 세상의 어둠에 놀라지만,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고자 애쓴다. 담장 너머 햇빛 쪽의 꽃들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한다. 어떤 풀이, 내가 있는 세상이 귀한 것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내 꽃에 색깔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비와 바람 때문에 뿌리가 드러나고 상처도 생겨 자신을 찾아오는 벌과 나비들을 귀찮게 생각할 때, 꿀에서 씁쓸한 냄새가 난다.
어느 날,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주변에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살펴보게 된다. 자신을 찾아오는 것들과 나누고 인사하며 지내다 보니, 다시 꿀도 맛있어진다.
나는 꽃에 색깔을 갖게 되는데 태양처럼 빛나는 색이라고 한다. '꽃이 되기 전에도, 꽃이 있을 때도, 꽃이 진 후에도 나는 그냥 태양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불평하기 전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태어나는 순간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지만, 삶의 방향이나 방법은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읽힌다.
세상 모든 것의 소중함을 알고, 기쁨과 감사로 살아간다면 자기가 가진 것들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리라.
자기 주변과 세상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살피는 일이나,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해 주는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의 온기는 우리삶에 희망을 갖게 해주는 무척 귀한 덕목이다.